우주

호킹 “블랙홀에도 출구가 있다”/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8. 27. 17:30

과학과학일반

호킹 “블랙홀에도 출구가 있다”

등록 :2015-08-26 20:12수정 :2015-08-26 21:25

 

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
“정보 빠져나오는 메커니즘 발견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 가능성”
블랙홀에서 인간이 빠져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답은 ‘아니다’였지만, 앞으론 정답이 바뀔 지도 모른다. 블랙홀의 경계선에선 미립자가 방출된다는 ‘호킹 복사’ 이론을 주창했던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3) 박사가 이번엔 더 나아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도 다른 우주로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5일 <가디언> 등 외신이 전했다. 블랙홀이 모든 사건의 궁극적인 종말은 아니란 얘기다.

호킹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과학원(KTH)이 마련한 대중 강연에서 “블랙홀에 빠졌다고 느끼더라도 출구가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며 “블랙홀에서 정보가 빠져나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호킹은 “블랙홀 이론의 여러 대안들은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며 “블랙홀이 충분히 크고, 회전하고 있다면 또다른 우주로 나가는 통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킹은 그러나 “(블랙홀에서 탈출하더라도) 우리의 우주로 돌아올 수는 없다”며 “그래서 난 우주비행엔 열광하지만 블랙홀 여행을 시도하진 않을 것”이란 유머도 곁들였다.

호킹의 이번 가설이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을 골치 아프게 해온 ‘호킹 복사’의 ‘정보 역설’을 해결하는 새로운 이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킹 복사란 1974년 호킹이 상대성이론에 양자역학을 접목해, 블랙홀의 경계선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설명한 이론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완전한 진공상태에서도 입자와 반입자 쌍들이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블랙홀의 경계선에선 반입자만 블랙홀 안쪽으로 떨어져 그 안에 있던 입자와 충돌해 소멸한 뒤 질량을 잃고 에너지를 방출하는 게 호킹 복사다. 물리학에서 질량과 에너지는 존재 형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같다. 이런 과정이 장구한 시간 계속되면 결국은 블랙홀도 모든 질량을 잃고 증발할 것이란 결론도 도출됐다.

문제는 블랙홀 내부에서 입자가 완전히 소멸한다는 호킹 복사 이론이 양자역학의 대전제인 ‘정보 보존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호킹은 이에 대해 2005년 ‘입자의 물리량 정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건의 지평선에 보존된다’며 자신의 이론을 수정한 바 있다. 그런데 호킹은 이번엔 더 나아가, 소멸된 입자들의 물리량 정보가 사건의 지평선에 홀로그램 형태로 저장되거나 혹은 다른 우주로 방출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은 것이다.

호킹은 “이번 강연의 메시지는, 블랙홀들이 기존에 묘사됐던 것처럼 완전히 검지는 않으며 영원한 감옥도 아니다는 것, 또 물질들이 블랙홀의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으며 어쩌면 다른 우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