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박 대통령, 세월호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한겨레신문 사설

이윤진이카루스 2015. 11. 24. 22:21
 

사설.칼럼사설

[사설] 박 대통령, 세월호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야

등록 :2015-11-23 18:39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가 23일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건’을 찬성 9표, 반대 4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는 각 정부부처에선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그리고 대통령과 참모들은 어떤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는지 등을 세월호 특조위가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특조위 임무가 세월호 침몰 원인뿐 아니라 구조작업 실패와 관련한 정부 대응의 난맥을 밝히는 것이라 한다면, 이번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를 ‘정치 공세’로 몰아붙이며 조사 활동을 방해하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추천 위원 4명은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이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가 부결되자 퇴장해버렸다고 한다. ‘특조위가 왜 대통령 사생활을 조사하려 하느냐’는 게 여당 추천 위원들의 불만인 듯싶다. 그러나 안건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조사 대상은 ‘대통령의 사생활’이 아니라 참사 당일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행적과 대응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하는 게 마땅하다.

침몰 상황이 텔레비전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와중에, 수백명이 숨지도록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모든 국민이 답답해하고 궁금해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도 이에 관한 명쾌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국정 사령탑으로서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청와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가 계속 회자하는 이유도 대통령과 참모들의 당일 행적을 많은 국민이 여전히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조위에서 청와대 대응의 적절성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의결한 이상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의 모든 참모들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9·11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 응하고 백악관 참모들에게도 위원회 출석을 지시한 건 타산지석이다. 미국 9·11진상조사위의 활동 성과는 그런 협조 위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앞으로 세월호 진상 조사가 정파를 뛰어넘어 국민 공감을 얻으려면 먼저 대통령부터 성실하게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전대미문의 참사가 후세의 교훈으로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