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철학

"내가 젊은 문인들을 좋아하는까 그들이 나를 따르지요", 황현산 고려대 교수/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3. 24. 23:08

문화문화일반

“젊은 문인 왜 날 따르냐고요? 내가 그들을 좋아해서죠”

등록 :2016-03-24 20:00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짬] 독자와 ‘페북소통’ 나서는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
“한 달에 두어번 정도 강연을 갑니다. 인문학 단체나 지자체, 도서관, 문화센터 같은 곳이죠. 강연 뒤에는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에 답을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학에 일생을 걸어도 좋을지,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언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죠. 저로서는 강연 자체보다도 독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때가 말하기도 좋고 주제의식도 선명해지는 것 같더군요. 이번 페이스북 연재는 그런 질의응답의 연장선에 있는 셈입니다.”

새달부터 ‘열린책들’ 계정 통해
독자 질문에 1~2주 간격 답글
“개인 계정엔 짧은 서평 등 쓸 것”

“젊은 시인들, 시 정말 잘 써요”
‘아름답게 늙는 비결’ 질문에
“겸손 그리고 자기 일 갖는 것이죠”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명예교수가 페이스북으로 독자와 소통에 나선다. 다음달 초부터 출판사 열린책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독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다. 열린책들은 25일 독자 대상으로 질문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취합된 질문 한두개에 대해 황 교수가 쓴 답변을 다음달 첫 주부터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다. 황 교수는 1~2주에 한번씩 답글을 올리며, 출판사는 그 글에 대한 독자의 덧글도 곁들임으로써 페이스북이 황 교수와 독자 사이 소통 공간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성열 열린책들 디지털콘텐츠팀장은 “삶과 사랑, 공부와 관계, 문학과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현산 교수를 23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나 페이스북 대화를 시작하는 소감을 들었다.

“제가 젊은이들에게 무슨 지침을 준다기보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제안에 응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제가 취하는 태도는 지금도 대학원 시절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르거나 불확실한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죠. 페이스북으로 독자들 질문에 답할 때도 비슷한 방식이 될 겁니다.”

황 교수는 2014년 11월 트위터에 입문했으며 현재 7만4천여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하루 대여섯 건 정도 “일기 쓰듯” 글을 올린다. 자신의 전공인 프랑스문학과 번역, 한국문학과 문학 전반에 관한 글이 주를 이루고, 정치와 사회 현안에 관한 내용도 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트위트 시작한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트위터만의 매력이 없지 않다고 덧붙인다. “그때그때 하고픈 말을 빨리 여러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발언에 대한 반응이 빠르다는 점이 트위터의 매력인 것 같아요.”

페이스북에도 계정은 만들어 놓았지만, 트위터와는 달리 한번도 글을 올리지 않았고 다른 이의 글도 읽지 않았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시간 문제. “트위터는 글이 짧아서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데, 페이스북에 긴 글을 쓰거나 남이 쓴 글을 읽자면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서 지금까지는 입문을 망설였어요.” 그러나 열린책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독자와 소통을 시작하면 개인 계정에도 글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것이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기왕 페이스북을 시작하는 만큼 제 개인 계정에도 짧은 서평 같은 걸 올릴 생각입니다. 페이스북을 하자면 자연히 트위터는 전보다 덜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황 교수는 30, 40대 젊은 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평론가로 잘 알려졌다. 까닭을 물었다.

“우선 제가 그들을 좋아하고, 지난 몇년 동안 거의 그들의 변호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문인들의 글을 꾸준히 따라 읽어 왔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왔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거죠. 그 점 때문에 젊은 문인들도 저랑은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한국의 젊은 시인들은 시를 정말 잘 씁니다.”

내친김에, 몇해 전 한국작가회의 후배 문인들이 뽑은 ‘아름다운작가상’을 받기도 한 그에게 ‘아름답게 늙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우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대접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자기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소일거리가 아니라 본격적인 일로서 말이죠. 일이 있으면 노여움이 없어집니다. 결국은 자기 중심이 있어야 남들한테 무시받거나 소외당한다는 생각을 덜 하게 되거든요. 제 경우는 다행히 번역과 주석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게 추하게 늙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혈당 검사를 하다가 담도암을 발견해 1년 전 수술을 받은 황 교수는 “석달마다 당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말고 건강상 큰 문제는 없다”며 “로트레아몽 시 <말도로르의 노래> 번역을 최근에 끝냈으며, 혼자서 하는 랭보 전집과 공동 작업인 보들레르 전집을 비롯해 말라르메와 발레리 등 프랑스 시문학 번역이 남은 과제”라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