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 시대의 권위자 피터 게이는 그 당시의 인문정신을 잘 요약한다. 그것은 학문의 형식이 아니라 사고의 유형이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 도덕적 세계를 통제하는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인문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고 타인에게는 공손하며 정치적 역할에는 적극적이다. 그는 단순한 낙관주의보다는 용감한 회의주의를 갖고 삶에 맞선다. 즉, 삶이 불확실하다면 자기기만적인 낙관보다는 엄격한 비관을 고수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타인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 인간다워지는 길이다. 더구나 인문정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적 감수성도 계발시켜야 한다.
18세기말부터 독일은 개별성의 존중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인문정신에 덧붙였다. 이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 낭만주의의 선구자인 헤르더이다. 그에게 인문정신이란 모든 인간과 인간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자신의 국가와 민족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지만, 자신의 개별성에 대한 사랑은 타인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인종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방법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