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실패할 권리를 주세요” | |
[이사람] 한국 선생님과 만난 ‘키노쿠니 학교’ 호리 신이치로 교장 시험·성적표 없는 대안학교 세워 “스스로 결정·체험하는 게 중요” | |
이유진 기자 | |
“우리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의 평균 성적은 상위 7%에 달합니다. 오히려 일반학교 공부가 너무 쉽다고 하지요.”
‘일본의 서머힐’로 불리는 대안학교 ‘기노쿠니 학교’의 설립자 호리 신이치로(사진) 교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서울 시내 중고교 교사 600여명을 대상으로 ‘자유학교’의 이념을 강의해 열띤 호응을 얻었다. 호리 교장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떠먹여주기 식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 학습하는 것, 체험학습을 통한 자치와 사회생활의 기술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개인에게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짐지우는 ‘자기주도적 학습’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개성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아이와 학부모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고 사실상 획일적인 교육”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실패할 권리도 줘야 합니다. ‘자유롭게 하되 책임은 네가 져라’라는 말은 단지 위협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곤란해할 일들을 많이 저지르지만 그러면서 배워갑니다.” 오사카대학 교육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영국 서머힐학교에 영감을 받아 1992년 ‘기노쿠니 어린이마을’의 문을 열었다. 초등학교 과정으로 출발한 학교는 이제 중·고교 과정으로 늘어났다. 학교엔 시험과 성적표가 없고 아이들은 요리·농장일·목공·건축부터 일반 국어·영어·사회 등 교과목까지 두루 배운다. 교사의 호칭도 ‘선생님’ 대신 ‘씨’(상)나 별명으로 부른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 모두 ‘시험’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 아래 선별되고 서열화되고 있다”며 “중요한 건 평생 어떤 환경 변화 속에도 대응해 꿋꿋이 살아나갈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는 일이 결국 교육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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