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1084m) 대견사 앞 바위 끝에 세워진 3층석탑.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진달래 만발한 대구 달성 비슬산 여행…신록 번지는 골마다 유서깊은 사찰 등 볼거리 즐비
진달래 만발한 대구 달성 비슬산 여행…신록 번지는 골마다 유서깊은 사찰 등 볼거리 즐비
피고 지고 날리는 희고 붉고 노란 것들만 꽃일까. 이맘때 산과 들판은 다 꽃밭이다. 연둣빛 뭉게구름으로 뭉실뭉실 피어나 천지사방으로 번져가는 여린 새순들의 자태가 온통 꽃답다. 수백 가지 나무들이, 수십 가지 빛깔로 산을 덮어, 오만 가지의 봄 풍경을 그려낸다. 신록의 구름더미 사이로 뻗어오른 산길 따라 기암괴석 우거진 바윗길을 돌아, 연초록 그늘 드리운 절집 들머리 숲길로 접어들고 싶어지는 때다. 대구시 달성군의 비슬산이 지금 그런 봄빛에 휩싸여 있다. 절집 많은 산자락엔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했고, 정상 부근 평원엔 진달래밭이 장관이다.
정상 밑 광활한 진달래밭 장관
비슬산(1084m)은 바위 너덜지대가 발달한 산이다. 1만~10만년 전 빙하기에 형성된 암괴류(커다란 바위 무리)가 산비탈 곳곳에 흘러내려 쌓여 있다. 2㎞에 걸쳐 여러 갈래로 내리뻗은 암괴류 모습이 마치 강물 같다 해서 ‘돌강’이라고도 불린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돌강 좌우도 바위절벽 위아래도 한창 신록이 피어오르고 있다.
‘돌강’의 발원지 격인 비슬산 천왕봉과 대견봉 일대에도 기암괴석이 즐비한데, ‘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자를 쓰는 비슬산(옛이름은 포산)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바위 무리가 거문고를 닮았다고도 하고 신선이 비파를 타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이 바위 무리 사이에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머물렀던 대견사 터도 있다. 몽고 침입,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강제 폐사 등으로 수난을 겪은 절터다.
절벽 끝에 우뚝 선 석탑이 비슬산 풍경 중의 압권이다. 본디 9층 석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지만, 주변에 흩어진 탑재를 모아 세운 현재 모습은 3층 석탑이다. 이 석탑은 멀리서 바라볼 때 돋보인다. 탑은 아름다우나, 2014년 ‘복원’했다는 대견사는 호화로워서 오히려 볼품이 없다.
이맘때 이곳 볼거리는 대견사 뒤쪽 산기슭으로 펼쳐지는 진달래(참꽃)밭이다. 비슬산 정상인 천왕봉과 대견봉 사이 3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평원이 온통 붉은 진달래꽃으로 덮여 있다. 지난주 30%쯤 개화한 모습이었고, 이달 말까지 만개한 꽃밭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왕복 3시간이면 대견사·대견봉까지 산행이 가능하다. 요즘은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대견사 앞까지 전기차가 운행돼 어린 자녀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쉽게 진달래꽃밭을 감상할 수 있다. 4월23일~5월1일 휴양림 일대에선 비슬산참꽃축제가 열린다. 주말엔 매우 혼잡해지므로 가능하면 평일 오전에 탐방하는 게 좋겠다.
산자락엔 국내 최대규모 ‘돌강’
대견사·유가사·용연사 등 고찰엔
일연 스님 등 고승들 발자취 아련
헐티재 드라이브길 조길방가옥도 볼만 일연 스님 자취 깃든 비슬산 자락 사찰들 대견사는 전신인 보당암 시절 일연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다. 일연은 젊은 시절 대견사를 비롯해 인흥사, 유가사 등 비슬산의 여러 사찰을 오가는 동안 <삼국유사>를 구상한 뒤 말년에 청도 운문사와 군위 인각사에 머물며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슬산 자락 북쪽 화원읍 본리의 남평문씨 세거지 인흥마을은, 일연이 보당암(현 대견사)을 떠나 각지를 돌다 다시 돌아와 주지를 지낸 인흥사 절터다. 인흥사는 임진왜란 때 폐사된 뒤 19세기 후반 남평 문씨(문익점의 후손)들이 들어와 절터에 집을 지으며 세거지를 형성했다. 광거당·수봉정사·수백당 등 조선말~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볼만하다. 문간채 옆의 오래된 우물 ‘고려정’과 들머리 밭 한켠에 남은 작은 석탑 하나가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려준다. 인흥마을에서 더 올라가면 벽화마을인 마비정 마을이 있다.
비슬산 정상 서남쪽 유가사 주변엔 최근 일연 스님의 시를 새긴 빗돌들을 여러개 세웠다. 일연이 비슬산에 머물며 지은 시에 도성·관기 등 신라시대 비슬산 암자들에 머물던 고승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유가사에 딸린 암자인 수도암(비구니 암자)·도성암, 그리고 부도밭 등을 탐방해볼 만하다. 두 암자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유가사 경내 소나무숲의 한평짜리 사당 국사당의 고색창연한 자태가 눈길을 끈다. 사찰을 지키는 산신을 모시는 사당인데, 내부 상량대에 붓으로 쓴 상량문의 ‘동치 11년’(1872년·동치는 청 목종의 연호) 글씨가 또렷하다. 비슬산 북쪽 옥포면 반송리의 용연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국내 8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용연사 금강계단’(보물)이 있는 곳이다.
산 서쪽 현풍, 동쪽 가창에도 볼거리
비슬산 서쪽 낙동강변에 있는 달성군 현풍면은 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에 걸쳐 현을 설치했던 유서 깊은 고장이다. 지금은 주변에 대규모 산업단지들이 들어서 있고 관아 건물들도 사라졌지만, 현풍향교와 사직단(토신·곡신에 제사 올리던 제단), 얼음을 보관했던 석빙고 등이 남아 번성했던 옛 고을 모습을 전해준다. 1730년 만들어진 현풍석빙고(보물)와 사직단은 현풍천 물가와 언덕에 서로 가까이 있다.
현풍 여행길에 조선초 유학자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한 도동서원 탐방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서원으로 건축물도, 안팎의 고목들도, 찾아가는 강변길도 두루 아름답다. 김굉필과 정여창이 교류했다는 아담한 정자 ‘이노정’(이로정), 현풍 곽씨 집안의 12정려를 한데 모아놓은 ‘현풍곽씨 12정려각’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비슬산 북동쪽의 가창면 일대에도 볼거리가 많다. 가창댐에서 정대마을 거쳐 헐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대구에서도 꼽히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즐비한 벚나무들은 이미 꽃을 다 떨궜지만, 연초록 새순들로 덮여가는 좌우 산기슭 풍경이 그림같다. 미나리 재배로 이름난 정대리 한덤이골 끝에 볼거리가 있다. 소박한 옛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초가 ‘조길방 가옥’이다. 1784년에 지은 안채의 낡고 닳은 마루와 봉당 위의 댓돌, 기둥·창틀이 다 아름답다. 헐티재를 넘어 잠시 내려가면 대웅전 앞의 탑재 등 소박한 석물들이 볼만한 용천사가 있다.
임진왜란 때 귀화한 왜군 장수 ‘사가야’(김충선 장군)를 위해 세운 녹동서원과 김충선 자료, 한-일 교류 자료 등을 전시한 한일우호협력관에도 들러볼 만하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 훈련장으로 썼다는 사찰 남지장사도 녹동서원에서 가깝다.
화원읍 낙동강변 성산리엔 큰 포구였던 사문진 나루터와 주막촌이 복원돼 있다. 사문진(沙門津)의 한자는 본디 ‘寺門津’이었다고 한다. 신라·고려 때 비슬산 자락에 즐비했던 사찰들로 드는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초 성종 때엔 이곳에 ‘왜물고’(왜에서 들어온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를 설치할 정도로 번성했던 포구였다. 나루터 옆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지점의 달성습지 풍경도 아름답다.
대구 달성/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대견사 뒤 언덕 너머로 드넓은 진달래(참꽃)밭이 펼쳐진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견사·유가사·용연사 등 고찰엔
일연 스님 등 고승들 발자취 아련
헐티재 드라이브길 조길방가옥도 볼만 일연 스님 자취 깃든 비슬산 자락 사찰들 대견사는 전신인 보당암 시절 일연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다. 일연은 젊은 시절 대견사를 비롯해 인흥사, 유가사 등 비슬산의 여러 사찰을 오가는 동안 <삼국유사>를 구상한 뒤 말년에 청도 운문사와 군위 인각사에 머물며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다. 비슬산 자락 북쪽 화원읍 본리의 남평문씨 세거지 인흥마을은, 일연이 보당암(현 대견사)을 떠나 각지를 돌다 다시 돌아와 주지를 지낸 인흥사 절터다. 인흥사는 임진왜란 때 폐사된 뒤 19세기 후반 남평 문씨(문익점의 후손)들이 들어와 절터에 집을 지으며 세거지를 형성했다. 광거당·수봉정사·수백당 등 조선말~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볼만하다. 문간채 옆의 오래된 우물 ‘고려정’과 들머리 밭 한켠에 남은 작은 석탑 하나가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려준다. 인흥마을에서 더 올라가면 벽화마을인 마비정 마을이 있다.
사찰을 지키는 산신을 모신 유가사 국사당. 1872년에 세운 건물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비슬산 동쪽 헐티재로 오르는 길 옆 골짜기의 조길방 가옥 안채. 1780년대에 지은 초가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화원읍 성산리 낙동강변 화원동산의 정자 송사정.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대구 달성 여행팁
가는길 수도권에서 갈 때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타고 가다 현풍나들목에서 나가 비슬산자연휴양림 팻말을 보고 간다. 산행 기점이 되는 비슬산휴양림 들머리 주차장에서 대견사 앞까지 오르는 ‘반딧불이 전기차’를 탈 수 있다. 5.8㎞, 30분 소요. 편도 1인 5천원. 걸어오르면 대견사까지 1시간30여분 소요. 비슬산참꽃문화제(4.23~5.1) 때는 교통 혼잡이 극심해진다.
먹을곳 현풍할매곰탕이 유명하다. 현풍면 성하리에 곰탕집이 많다. 현풍장(현풍도깨비시장, 5·10일장) 뒷골목엔 수구레국밥을 내는 ‘소구레국밥’ 집들이 10여곳 모여 있다. 수구레(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의 아교질)를 선지와 푹 끓여 내는 국밥이다. 가창면은 옛날찐빵이 꽤 알려져 있다. 면소재지에 찐방·손만두 가게가 10곳 있다. 헐티재 용천사 밑 콩사랑은 매일 두부를 만들어 순두부·두부전골 등을 내는 식당이다. 대구시내 수성못 옆 들안길엔 한우에서부터 국밥까지 다양한 음식을 내는 대형 식당들이 즐비하다.
묵을곳 비슬산자연휴양림에 통나무집 등이 마련돼 있다. 주말은 예약이 몰리므로 평일 예약 상황을 확인해봐야 한다. 현풍면 소재지와 성서공단 일대에 모텔이 있다. 깨끗한 숙소를 찾는다면 대구시내의 호텔을 이용한다. 수성호텔·인터불고호텔·노보텔앰배서더·그랜드호텔 등 다양한 호텔이 있다.
관광주간에 ‘2016 컬러풀 대구페스티벌’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봄철 관광주간(5월1~14일)에 맞춰 대구 국채보상로 등에서는 ‘2016 컬러풀 대구페스티벌’(5월7~8일)이 벌어진다. 의상·장신구·가면 등을 소재로 개성을 뽐내는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비보이·무용·뮤지컬·합창·댄스·연주 등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들이 펼쳐진다. 예술장터·먹거리장터도 마련된다.
여행 문의 대구시청 관광과 (053)803-6511, 달성군청 관광과 (053)668-2481, 비슬산자연휴양림 (053)614-5481.
대구 달성 비슬산 여행
여행공책
용인 에버랜드가 21일 ‘판다월드’를 개관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판다 한 쌍을 일반에 선보인다. 동물원 들머리 7천㎡(2100평) 터의 연면적 3300㎡의 2개층 공간에 대기동선·프리쇼·방사장·편의시설 4단계로 이뤄진 체험 공간을 꾸렸다. 최첨단 초고화질 아이티(IT) 기기들을 동원해 판다를 입체적으로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판다의 주식인 대나무는 매일 6회 제공되고, 사육사들의 판다 설명회는 하루 3회 진행된다. 에버랜드 입장객 누구나 선착순, 무료로 판다월드를 체험할 수 있다. (031)320-5000.
봄을 맞아 다시 문 연 경기도 광주의 생태수목원 ‘곤지암 화담숲’이 최근 ‘민물고기 생태관’을 새로 선보였다. ‘아름다운 산하와 물’을 테마로 한 4개의 전시관에서 황쏘가리 등 희귀종을 포함한 민물고기 40여종 8천여마리를 관찰할 수 있다. 30여m 길이의 대형 수조에 계곡 상류~하류의 물길을 축소해 보여주는 ‘디오라마 아쿠아리움’ 기법의 전시관 ‘민물고기 생태환경실’이 흥미롭다. 입장료 1000원(화담숲 입장료 별도). (031)8026-6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