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북 급변사태·쿠데타 대비
한·미·중·일 논의 나서야”
한·미·중·일 논의 나서야”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냈다. 2000년 북-미 관계 정상화 직전까지 가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비둘기파’ 이력 때문에 차관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셔먼 전 차관은 3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관련 세미나 오찬 연설에서 “핵심국가들이 북한의 급변사태와 쿠데타 등까지 생각하는 건 필수적”이라며 오히려 ‘매파적’ 관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가 민주당 쪽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캠프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국무장관’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셔먼은 이날 “대북 제재만이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지만, 연설의 상당 부분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하려면 제재의 수준은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붕괴나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할만큼 혹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있지만, “더 이상의 현상유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한·미·중·일이 북한의 붕괴나 쿠데타, 북한 공격에 대한 (한·미의)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과 미국, 중국 군이 취할 단기적 조처 △각국 군의 충돌을 피할 방법 △난민 문제를 관리하기 위한 조처 △경제적 비용 조달 문제 등 구체적으로 논의할 사안을 적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웬디 셔먼의 발언은 북한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이 일차적으로 미국보다는 한국 쪽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인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도 “북핵 문제를 협상보다는 북한 내 급변사태를 통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쪽으로 경사된 느낌이었다. 한국이 과연 그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면 몰라도 미국 정부 내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