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찰하기

무수단의 좌절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5. 23. 16:08

사설.칼럼칼럼

[한겨레 프리즘] 무수단의 좌절 / 박병수

등록 :2016-05-22 19:39

 




북한이 올 들어 스커드, 노동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등을 발사한 것은 유엔 제재에 대한 낯익은 반발 방식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래도 이번 반발 퍼레이드에 ‘무수단’ 발사를 끼워넣은 것은 조금 뜻밖이었다.

무수단은 2007년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쏴본 적이 없는, 그러니까 검증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이다. 미사일을 비행시험도 안 하고 배치한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다. 미사일 개발에 시험발사는 필수적이다. 여러번 쏴봐서 오류를 잡아내고 보완해야 제대로 된 미사일이 나온다.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에 따르면, 미사일은 배치 전 10여 차례 시험비행을 하는 게 통례다. 불량투성이일지도 모를 미사일을 배치하는 발상이나, 이런 미사일을 한 발당 몇 백억씩 들여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데 돈을 낭비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북한이 아주 ‘헛짓’을 한 건 아니다. 미군은 2000년대 초부터 정밀 위성사진으로 이 미사일의 형태와 제원 등을 확인하고, 사거리가 3000~4000㎞로 괌 미군기지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곤 2013년 괌에 사드(THAAD)를 배치했다. 사드 배치가 꼭 무수단 때문이라고만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괌을 타격할 북한 미사일이 무수단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다. 북한으로선 미사일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적을 위협한 셈이니 효과 만점이다.

그러나 무수단의 이런 전략적 가치는 지난달 잇따른 3차례 발사 실패로 한순간에 ‘뻥카’가 될 처지다. 왜 이제 와서 굳이 쏘려고 했을까. 실패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걸 몰랐을까.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을 시험발사하라’는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지시 때문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수단은 북한에서 선진적 미사일이다. 북한의 액체연료 미사일은 대부분 옛소련이 1950년대 개발한 ‘스커드 B’(R-17·사거리 300㎞)에서 유래했다. 사거리 500~700㎞인 스커드 C, D는 물론이고 1300㎞인 노동미사일도 스커드 B의 확장형이다. 2012년 12월과 올 2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은하-3’도 기본적으로 스커드 기술이 기반이다. 반면 무수단은 옛소련에서 1960년대 개발된 ‘SS-N-6’(R-27) 기술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으로 만들어진 SS-N-6은 스커드보다 앞선 기술이다. 마르쿠스 실러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 봐도 SS-N-6은 기술적 최대치에 도달한 미사일이다.

무수단 발사 실패는 거칠게 얘기하면 북한이 1980년대부터 시작한 미사일 개발의 기반 기술이 아직 50년대 스커드에 머물러 있다는 선언이다.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미사일 강국이라고 하기엔 좀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물론 북한은 스커드, 노동만으로도 한반도와 일본을 타격할 수 있다. 스커드, 노동을 몇 기씩 묶어 장거리 로켓의 엔진으로 사용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고체 연료 엔진과 액체 연료 엔진 등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북한 미사일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박병수 선임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그렇다고 무수단 발사 실패에서 보듯 지레짐작으로 과대평가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존 실링과 헨리 칸은 지난해 4월 ‘북한 핵 투발 시스템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애초 이란과 파키스탄은 1990년대 북한의 기술 지원을 받았으나, 지금은 두 나라가 고체 연료 중거리미사일(IRBM)까지 개발하는 등 북한을 앞서가고 있다”며 그동안 북한의 기술 정체가 놀랍다고 썼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