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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가학적 독재자, 최악 억압국가” 김정은 원색비난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4. 08:49

국제미국·중남미

클린턴 “가학적 독재자, 최악 억압국가” 김정은 원색비난

등록 :2016-06-03 19:27수정 :2016-06-03 22:17

 

2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에 있는 프라도 연회장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2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발보아 공원에 있는 프라도 연회장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북핵·중국 문제 구체적 해법 없이
‘김정은과 대화’ 트럼프 비난 집중

“한·일 핵 허용론, 핵전쟁 인식 의문”
‘동맹 군사지원 중요’ 트럼프와 차별화

고립주의 맞서 “미국은 예외 국가”
미 패권·분쟁 개입 강조 ‘매파 본색’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설은 그의 첫 ‘외교안보 구상’ 발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북핵이나 중국, 중동 문제 등에 대한 전체적 조감도나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은 채 도널드 트럼프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서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대북 압박 등 강경한 외교기조를 추진할 것임을 짐작하게 해줬다.

클린턴은 미국의 최대 외교안보 문제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클린턴은 트럼프를 공격할 목적으로 북한을 자극적인 용어로 비난했다.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가 이끄는, 지구상의 가장 억압적 국가”로 묘사하거나,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가 된 것에 대해 “(고모부를 포함해 자신에게) 위협으로 여기는 모든 사람을 살해함으로써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트럼프가 제 정신이냐’는 뜻으로 말한 것이지만, 이런 발언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할 때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클린턴은 이와 함께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내세웠는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역대 미국 행정부의 ‘중국 역할론’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클린턴은 트럼프와 자신을 대조하기 위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일본에 대한 군사지원 부담을 덜기 위해 한·일 핵무장 허용도 받아들이겠다는 트럼프에 대해 “그가 핵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인식이나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동맹인 한·일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포기하고 자체 핵무장을 허용할 경우 동북아 핵경쟁을 부추기고, 더 나아가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외교안보 관련 주요 발언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외교안보 관련 주요 발언
그런데 이처럼 클린턴이 트럼프와 달리,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과 군사지원에 대해선 강조했지만, 미군의 주둔 비용을 동맹국들이 더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트럼프와 거의 똑같았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클린턴은 “우리의 친구들(동맹)은 공평한 분담금을 기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그 얘기를 하기 오래전부터 나도 그런 주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가를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이 클린턴도 받아들일 만큼 광범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클린턴은 “논점은 우리가 동맹을 더 강하게 하느냐, 아니면 관계를 단절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란 핵협상을 거론하며 외교의 필요성을 인정하긴 했지만, 특유의 매파적 외교노선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독재자에 대한 트럼프의 기이한 매료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천안문 학살을 한 중국을 칭찬했다”고 말했다. 천안문을 ‘학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클린턴은 또 “미국은 예외적인 국가다. 우리는 강한 의지로 세계를 이끌고 승리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고립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미국의 패권 유지와 적극적 분쟁 개입 등을 뼈대로 하는 ‘국제주의’를 내세웠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