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조선·해운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 첫 구조조정 방안 발표
산은·수은 자본확충 ‘11조 펀드’ 조성
현대상선 신규자금 지원 정상화 가닥
한진, 그룹 자구노력 부족땐 법정관리
조선3사 지원 않기로…특별업종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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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소요될 비용 마련을 위해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자본확충 비용 대부분을 뚜렷한 근거 없이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기댄 탓에 구조조정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있는 노동자 보호 방안도 부실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는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업황 악화와 부채 확대 등으로 부실의 늪에 빠진 조선·해운 등의 업종을 겨냥해 정부가 내놓는 첫 구조조정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부실기업에 빌려준 돈이 떼일 위험이 커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한국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각각 10조원, 1조원씩 돈을 내어 조성된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3개월 내 공기업 주식 등 현물자산 1조원가량을 수출입은행에 출자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은 해운·조선 업종으로 한정했다. 현대상선에는 신규 자금 지원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고, 한진해운은 그룹 내에서 자금 부족을 자체 해결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룹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도록 한다는 포석이다. 현대중·삼성중·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에 대해선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추가적인 업황 악화가 없다면 2018년 말까지 조선 3사는 스스로 낸 자구안으로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조선업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고용·지역 경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말까지 조선업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해고를 자제한 기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고, 실직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최대 두달 더 늘어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직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구조조정에는 이해관계자들의 고통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 종합대책이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빠지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친 탓에 부실 규모가 크게 늘어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자본확충을 한국은행에 떠미는 등 정부가 책임 회피를 계속하게 되면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고용 대책은 해고를 전제로 한 실업자 대책이 중심을 이룬다. 노동시간 감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 유지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국회가 중심이 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노현웅 박태우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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