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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생물학 교과서 다시 써야"

이윤진이카루스 2010. 12. 4. 15:11

나사 “생물학 교과서 다시 써야”
‘비소 생명체’ 배양 성공 발표
한겨레 조일준 기자기자블로그
생명체 생존조건 인식 바꿔
지구밖 존재 가능성 높아져

생물교과서는 다시 쓰여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2일 독극물인 비소를 기본 원소로 생존하는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모든 생명체는 탄소·수소·질소·산소·황·인 등 6대 원소로 구성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확고한 지식이었다. 이 원소들의 결합으로 핵산(DNA와 RNA), 단백질, 지방질 등 생명체의 기본 재질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나사 우주생물학연구소의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가 주도한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노 호수의 침전물에서 발견한 박테리아(GFAJ-1)를 채집해 실험실에서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단세포생물인 이 박테리아를 원심분리세포구성 물질들에서 비소를 포착했다. 새로운 생명체가 확인된 것이다. 인(원자번호 15번)과 비소(원자번호 33번)는 원소주기율표에서 바로 위와 아래에 있는 15족 원소로, 자유전자의 수가 같아 화학적 특성도 비슷하다.

나사는 “독성 비소로 생존하는 유기체의 발견은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넓혀주는 것으로, 생명체의 기본 재료들과 형성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바꿈으로써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쓰기를 요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학계에서 ‘비소 생명체’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2년여 전이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로널드 오렘랜드 박사는 2008년 8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게재 논문에서, 빛과 물 대신 빛과 비소로 이산화탄소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를 모노 호수에서 추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고대 원핵생물인 원시 박테리아가 비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나사 연구팀원인 애리조나주립대의 폴 데이비스 박사도 지난해 2월 미국과학진흥협회 발표에서 “비소 함유량이 많은 호수나 해저열수구(熱水口)에 ‘그림자 생물’이 있을 수 있다”며 생명에 적대적인 환경을 샅샅이 훑는 ‘지구 탐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주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기이한 생명체’가 바로 우리 코앞, 심지어 코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이유경 박사는 나사의 이번 발표를 “외계인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지구와 원소 조성이 다른 별에 지구 생명체와 다른 종류의 우주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