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대가 내 옆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물굽이처럼 밀려오는 세월의 파도 속에 숨었다.
달은 빌려온 빛으로 모습을 보이어
달이 기우는 것은 눈속임이라며
감각을 버리고 이성을 믿으라던
파메니데스의 진리의 길을 따르면
때로는 눈을 감고 생각하며 살아야
몸을 지배하는 두뇌가 역할을 한다.
직위를 만들어 재화를 약속하고
편안한 생활을 내비치지만
대가는 무조건 복종하라는
역사 이래 존재하는 흉계다.
자유시장이라는 이름 속에
규칙은 언제나 무시되고
힘 있는 자의 세상을 선언한다면
약자가 모여 국가를 만들어
강자의 횡포를 막고자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왜 필요한가라던 쇼펜하우어는
지하 세계에서 배회할 뿐이다.
의인(義人)의 죽음이 초라한 까닭은
모두가 삶에 집착하기 때문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산다면
두뇌에 기억되는 것은 무엇일까?
후기: 2010년 12월 5일 리영희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논리 모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의인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