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대형 원전 사고 가능성 생각보다 높아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1. 21:35

“대형 원전 사고 가능성 생각보다 높아…스리마일급 참사, 10년마다 재발”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ㆍ영국·스위스 연구팀, 역대 사고 216건 분석

“원자력발전소에서 극단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일본 후쿠시마나 옛 소련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정도의 대형 참사는 100년에 두 차례,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사고는 10~20년마다 재발될 수 있다.”

영국 서섹스대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이 역대 대형 원전사고 216건에 관한 광범위한 통계자료를 취합해 학술지 ‘에너지 연구·사회과학’ 등에 19일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위험관리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원전사고에 관한 공식 보고서, 학술 논문, 언론 기사, 보도자료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자료를 수집해 종합하고 분석했다. 원전사고로 파괴된 땅·건물 등 부동산 피해액, 긴급구호 비용, 환경 파괴액, 보험 청구액 등 사고가 없었더라면 치르지 않았을 비용을 계량화했다. 사망자는 미 정부의 기준에 따라 1인당 600만달러(약 67억원)의 피해로 계산했다.

집계 결과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원전사고는 전체 216건 가운데 15건이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2590억달러(약 290조원)로 가장 피해가 컸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1660억달러(약 186조원)로 뒤를 이었다. 이어 1995년 일본 쓰루가(155억달러), 19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110억달러) 순이었다.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해 주민 20만명이 대피했고, 미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1967년 영국 셀라필드에서부터 2011년 후쿠시마까지 2.9년에 한 번꼴로 10억달러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1969년 셀라필드(25억달러) 등 1960년대에는 3건, 스리마일아일랜드 등 1970년대에는 5건, 체르노빌 등 1980년대에는 5건이 일어났다. 이후 발생한 큰 원전사고는 일본 쓰루가와 후쿠시마 2건뿐이다. 최근으로 올수록 원전 사고 건수는 줄었으나 피해가 큰 3건은 모두 최근 30년 사이에 집중됐다.

스펜서 휘틀리 취리히연방공대 교수는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를 겪고도 후쿠시마 대재앙의 가능성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면서 “2세대 기술이 쓰이는 현재의 원자로 가동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위험은 여전하므로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것은 원전업계가 공개하는 데이터가 극히 적은 데다 이마저 불완전한 것이 많아 규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자력 규제와 진흥이라는 상반된 역할을 이중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70100&artid=201609201729001#csidxa23d5dba2ec6fc192e9a1045d46b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