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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협은 미국에서 온다는 베이징대 교수의 궤변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5. 11:18

국제중국

[세계의 창] ‘북한 붕괴론’과 사드 / 진징이

등록 :2016-09-04 17:20수정 :2016-09-04 19:00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작금의 한국 주요 언론이 전하는 북한 ‘사태’를 보면 북한은 이미 붕괴 과정에 진입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의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며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는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에게 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한마디로 북한은 무너져가고 통일은 다가오고 있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북한 붕괴론과 통일 대박론이 바야흐로 합치되는 느낌이다. 과연 그럴까?

돌이켜보면 북한의 장성택 처형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말소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 시점에 ‘통일 대박론’이 고고성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대결로 치닫는 시점에서 ‘통일 대박론’은 한국 주도의 통일만이 ‘난마’를 자르는 ‘쾌도’임을 호소했다. 북한이 핵 개발로 체제 붕괴를 재촉한다면서 통일을 강조하는 것은, 그 통일이 화해와 협력에 의한 것이 아님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결국 한국이 선택한 통일의 길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폭정’을 종식하는 것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제재와 압박의 한끝에 중국이 있다. 한국은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제재가 밑굽 빠진 항아리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줄곧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바랐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동맹국의 고압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성루에까지 오른 데는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느닷없이 4차 핵실험을 하자 한국은 최상 관계의 중국이 ‘본격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북한을 질식시킬 정도의 제재를 바란 것이다. 그렇지만 불과 며칠 만에 한국의 기대는 ‘분노’에 가까우리만치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도입이 거론됐다.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한·미가 사드 한국 배치를 결정하자 최상이라던 양국 관계는 언제 그랬냐 싶게 급랭했다. 양국 신뢰 기초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한국이 배치하려는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방어하는 기능과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 거기에 추가된 것이 바로 중국을 압박하는 기능이다. 사실 그동안 북핵 정국에서 남과 북에 균형을 이루어오던 중국의 추는 최근 수년간 한국에 기울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중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반대 쪽으로 기울었다. 중국과 한국 양국 관계의 본질적인 성격이 바뀔 정도로 중-한 관계는 수교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한-중 사드 논쟁의 핵심엔 북핵과 북한을 둘러싼 양자 간 인식의 차이가 있다. 한국은 북핵의 궁극적인 해결이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에 힘을 실어줄 것을 바란다. 중국은 평화·안정, 부전(不戰), 불란(不亂)을 강조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한다. ‘전쟁 불사’까지 거론하는 한국 일각에서는 고리타분한 주장일 수 있다. 이를 북핵 용인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중국이 북한을 감쌌기에 이 지경까지 왔다고도 한다. 그래서 사드가 불편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없애라고 한다. 결국 중국이 사드의 위협을 받지 않으려면 한국과 함께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압박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가? 그 끝이 북한이라는 거대한 ‘세월호’의 침몰로 이어진다면 대안은 있는 것일까?

한국의 대북정책은 이제 북한의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사드도 그런 맥락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중-북 관계 70년의 저력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한편으로, 필경 중국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서 오는 것이다. 사드 문제에서 중-한 갈등과 중-미 갈등이 서로 다른 성격인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