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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에게 절절맨다는 한계레신문의 증거 기사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6. 22:44

국제중국

중국 G20 ‘오바마 홀대’의 진상은?

등록 :2016-09-06 15:56수정 :2016-09-06 18:55

 

의전·경호 사전 준비 정리 안돼 혼선
시진핑, 정작 오바마는 ‘환대’ 정상회담
항저우는 좋은 인상 주려 교통 등 조처

지난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 항저우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지난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중국 항저우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5일 베이징에서는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이 있었습니다. 매일 진행되는 행사인데 이날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주제는, 서방 매체들이 이미 숱하게 보도한 ‘오바마 홀대’ 논란이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의 말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 미국 언론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항저우 공항 도착 당시 (중-미) 양쪽 실무자 사이에 발생한 에피소드를 조작하고, 게다가 약간의 추측과 연상까지 했다. 내 생각에 각 매체가 ‘팩트’는 명확히 알고있으면서 뉴스를 편집하고 추측과 연상을 덧붙이는 방식은 직업적이지 않다. 각 서방 매체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인상을 줄뿐이다.”

다시 짚어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탑승한 미국 ‘에어포스원’ 비행기가 3일 오후(현지시각)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정상들과 정상급 인사들에게 제공된 이동식 계단이 없었습니다. 알려진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기 동체 아래의 비상용 접이식 계단을 통해 내려왔습니다.

별도 차량으로 비행기에 갖다대는 계단엔 이른바 ‘레드카펫’이 깔려있지만, 비행기 자체 계단은 그냥 쇳덩어립니다. 자체 계단은 동체 아래 쪽에 붙어있으니 바닥까지의 거리도 짧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행기 문에 나와 손 흔들고, 레드카펫 밟고 천천히 내려오고, 이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한참지켜보는 과정이 없었습니다.

반면, 다른 정상들은 모두 이동식 계단을 통해 항저우 땅을 밟았습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와 역사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최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로 긴장 관계가 형성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중국이 참여하는 원전 건설 계획 취소로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모두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면 “친구들, 나도 당신들을 많이 존중하지만, 문은 닫아주세요. 얼른 떠납시다”라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자세한 사정에 대한 <뉴욕타임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각각 미국과 중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가 눈에 띕니다. 먼저 미국 쪽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 늘 자체적으로 전용 이동식 계단 차량을 갖고 다닌답니다. 이번에 항저우에서도 이 계단 차량을 쓸 계획이었고 중국 쪽도 동의했는데, 나중에 중국이 태도를 바꿔 공항에 준비된 계단 차량을 쓰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쪽은 차량의 중국인 운전자가 영어를 못하는 탓에 백악관 관계자들과 기본적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데다가, 이런 상황에서 차량이 에어포스원에 접근하는데 난색을 표했습니다. 영어가 가능한 운전자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러던 중 에어포스원이 착륙했고 중국은 한발 물러서 미국에 늘 갖고다니는 계단 차량을 쓰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미국 쪽은 계획을 전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중국 쪽 이야기입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항저우를 방문한 모든 정상과 정상급 인사들에게 이동식 계단 차량을 제공했다고 강조합니다. 오로지 미국만이 운전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중국은 운전자 옆에 통역사를 앉히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그마저도 거절했다는 겁니다. 양쪽 이야기를 종합해서 정리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항저우 방문을 앞두고 의전과 경호 등 사전 준비 단계에서 미-중 양측이 서로의 계단 차량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티격태격하던 도중에 에어포스원이 도착했고,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체에 달린 자체 계단을 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중국이 굳이 티나게 오바마 대통령을 무시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도착 뒤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때 시 주석의 표정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동안 다른 누구를 만났을 때보다도 환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 말처럼 “오신 분들은 모두 손님”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손님이 분명했습니다.

중국은 또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무척 신경을 썼습니다. 당국이 1~7일 기간 휴가를 실시하면서 항저우 시내는 텅텅 비었고, 평소 베이징과 더불어 전국 1~2위를 달리는 교통난은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인근 지역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켜 대기도 청명해졌습니다. 새 도로와 보행로, 잘 보이는 건물, 빈곤층 주거지역 등 도시 곳곳이 말끔히 새옷을 입었습니다. 이렇게 꽃단장을 하고서는, 전세계가 주목할 미국 대통령에게 일부러 망신을 준다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본인은 논란이 더 이상 확대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서방 매체들이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서 정상회의 자체보다는 ‘해프닝’에 가까운 이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습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인훙 런민대 교수는 말합니다. “미국이 대통령의 외국 방문과 관련된 모든 보안 문제를 관리하려 든다면 그건 정상적인 외교 행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게 한다 해도 중국 현지 사정에 익숙하지 않아 최선의 결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 큰 행사를 치르기 앞둔 중국도 분명 긴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도착 전 중국 쪽 보안 요원들이 공항에서 미국 기자들 및 당국자들과 갈등도 빚었다지요. 거꾸로 서방 언론들도 부상하는 중국을 보며 늘 예민해져 있습니다. 서방 언론의 시각에는 항상 그런 긴장감이 묻어난다는 이야기도 더러 합니다. 중국과 서방이 이렇듯 긴장할 때,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과연 어떤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항저우/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