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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첫 혜성 착륙로봇 필레 찾았다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6. 22:50

과학과학일반

인류 첫 혜성 착륙로봇 필레 찾았다

등록 :2016-09-06 18:04수정 :2016-09-06 18:06

 

10년8개월 날아가 혜성 탐사시대 개막
착륙 충격으로 튕겨져 2년간 행방 불명
프로그램 종료 한달 앞두고 극적인 발견

인류 최초 혜성 탐사로봇 필레의 위치가 포착된 혜성 C-G의 표면 사진.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인류 최초 혜성 탐사로봇 필레의 위치가 포착된 혜성 C-G의 표면 사진.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인류 역사상 최초의 혜성 탐사 로봇 ‘필레’가 행방을 감춘 지 22개월만에 극적으로발견됐다. 탐사 프로그램이 공식 종료되기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다.

유럽우주국(ESA)은 5일 혜상탐사선 로제타에 장착된 초고해상도 카메라 오시리스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C-G)’의 그늘진 계곡 틈바구니에 놓여 있는 것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해왔다고 밝혔다.

로제타호는 발사된 지 10년 8개월 만인 지난 2014년 11월 지구에서 5억㎞ 떨어진 궤도를 돌던 혜성에 접근해 탐사로봇 필레를 분리해 착륙시켰다. 그러나 혜성의 중력이 너무 약한 탓에 필레가 착륙 과정에서 몇 차례 튕겨지면서 예정된 착지 지점에서 벗어나 그늘 비탈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동력원인 태양전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방전돼 사흘 만에 지구와 교신이 끊긴 채 우주미아 신세가 됐다.

인류 최초 혜성 탐사로봇 필래의 착륙 당시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인류 최초 혜성 탐사로봇 필래의 착륙 당시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이후 혜성이 태양 쪽으로 더 접근하면서 필레가 잠자던 그늘에 햇빛이 들기 시작했고, 필레는 7개월만인 지난해 6월 깊은 동면에서 깨어나 전지를 충전한 뒤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귀중한 사진과 데이터를 보내왔다. 그로부터 몇 달뒤 혜성이 다시 태양에서 멀어지고 공전 각도가 바뀌면서 필레는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기약 없는 동면에 들어갔다. 유럽우주국 로제타 탐사팀은 이달 말 ‘C-G 혜성’ 탐사 프로그램 종료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최근까지도 필레의 낙오 지점을 확인하지 못해 ‘자식 잃은 부모’마냥 에를 태웠다.

혜성 탐사선 로제타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필레가 C-G 혜성에 착륙하려는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혜성 탐사선 로제타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필레가 C-G 혜성에 착륙하려는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혜성 탐사로봇 필레가 C-G 혜성의 그늘에 놓여 있는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혜성 탐사로봇 필레가 C-G 혜성의 그늘에 놓여 있는 모습. 유럽우주국 ESA 누리집
그러던 중 지금도 혜성 주변에서 나란히 비행 중인 모선 로제타가 지난 2일 혜성에 2.7㎞까지 접근해 촬영한 표면 사진의 한 구석에 필레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송받은 사진에서 필레의 모습을 처음 발견한 유럽우주국의 세실리아 투비아나는 “수 개월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필레의 모습이 담긴 가장 중요한 사진을 얻게 돼 너무나 기쁘고 흥분된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로제타 프로젝트 매니저인 패트릭 마틴도 “우린 필레를 영원히 못찾을 걸로 생각했다”며 “이번의 놀라운 발견은 필레가 보냈던 과학 자료들을 적절하게 분석하는데 필요한 근거 정보들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