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운데 노란색)을 공격하는 T 세포들의 모습.
우리 몸의 면역력을 활성화해 암을 퇴치하는 의약품이 임상실험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여 주목된다. 영국 런던대학교 세인트조지 의대 연구팀이 췌장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면역치료 신약 실험을 한 결과, 전이 췌장암 환자들의 여명이 늘어났으며 항암 치료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 결과는 영국의 암 전문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 최신호에 발표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6일 보도했다.
이번 임상실험 환자의 85%는 이미 암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된 중증 환자들이었다. 그들 중 일반적인 화학요법 치료만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4.4개월에 불과했지만, 연구팀의 면역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은 평균 7개월로 생존기간이 길어졌다. 일부 환자들은 1년 이상 생존했으며, 3년 가까이 산 환자도 한 명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IMM-101’로 명명된 이 신약은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종양 세포를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공격하게 하는 원리다. 지금의 여러 암 치료법이 다른 건강한 세포들까지 파괴하는 것과 달리, 이번 신약은 치료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몸은 병원균이 침투하거나 암세포가 생기면 면역 세포인 ‘T-세포’가 이를 식별해 제거하는 자기치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암세포는 자신을 정상세포로 위장하거나 T-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그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면역체크포인트’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특히 췌장암은 전이가 빠르고 치료가 까다로워 주요 암 중에서도 생존률이 가장 낮다.
기존의 면역치료제인 ‘체크포인트 반응 억제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이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으나, 이번 신약은 무력화된 면역 기능을 ‘잠에서 깨워’ 암세포를 잡는 생체친화적 방식이다. 연구팀을 이끈 앵거스 덜글리시 박사는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발병하면 죽은 거나 다름 없다는 췌장암을 면역치료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국 종양백신·면역치료 연구소의 해리 코터럴 박사는 <가디언>에 “이번 연구 결과는 흥미로울 뿐 아니라 미래에는 면역치료가 수많은 암들에 대한 치료법으로 일반화하고 환자들의 생존률과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란 희망에 힘을 실어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영국 암연구소의 저스틴 앨퍼드 박사는 “이번 초기단계 실험의 결과는 면역치료와 화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률을 실질적으로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니라, 병행 치료가 안전하며 일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생존률을 실제로 개선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선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바로 잡습니다.
<한겨레> 9월8일치 16면에 ‘면역력 활성화 신약, 췌장암 전이 억제효과’ 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이 기사에서, “1년 뒤 암이 진전된 환자는 불과 18%, 5년 뒤에는 4%까지 떨어졌다”는 부분은 “전이 환자의 1년 생존률이 18%, 5년 생존률은 4%로 떨어졌다”의 오역입니다. 온라인 기사에서 바로 잡은 것처럼, 면역치료 환자들은 화학요법 치료 환자들과 견줘 생존기간이 3개월에서 1년까지 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