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1 19:11:00 수정 : 2016.09.22 00:08:46
ㆍ법정에서 검찰 조사 때 진술 뒤집어
ㆍ“자기가 결혼시킨 애라며 지시”…번복 이유엔 “당시 지쳐서”
ㆍ사실일 땐 ‘업무 방해’에 해당…재수사 요구 목소리 커질 듯
현 정권 실세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사진) 인턴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불법 특혜 채용과 관련해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서 최 의원의 청탁 의혹을 줄곧 부인해온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 21일 법정에서 “최 의원이 그냥 (채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1월 최 의원을 무혐의 처리한 주요 근거였던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대한 재수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1월 ‘최경환 인턴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철규 전 이사장과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 등 2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 의원의 청탁 여부는 2013년 8월1일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의 독대 내용을 둘러싼 진술이 핵심 쟁점이었다. 권 전 실장은 최 의원을 독대한 박 전 이사장이 “최 의원님이 ‘(황씨는) 내가 결혼을 시킨 아이’라고 하는데 잘해봐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은 “ ‘최 의원이 결혼시킨 아이’란 표현은 권 전 실장이 어디에선가 듣고 만들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황씨 건으로 최 의원을 찾아가기는 했지만 실제 만난 자리에서는 중진공을 많이 도와줘 고맙다는 말만 하고 돌아왔다”며 최 의원의 청탁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검찰은 최 의원을 서면으로만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은 이날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기존 진술을 180도 뒤집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 신문에서 “(독대 당시) 사실을 말씀드렸다. ‘황씨가 2차(전형)까지 올라왔는데 외부 인원이 강하게 반발한다.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채용)해.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깐 믿고 써보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박 전 이사장은 진술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당시 심신을 많이 다쳤고 여러 가지 지친 상태였고, 그걸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바뀌겠냐’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영남대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대변인·기조실장을 역임한 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다.
논란의 당사자인 황씨는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지역사무소에서 후원금을 관리하는 인턴으로 4년간 일하다 2013년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부터 합격권을 한참 벗어난 2140등으로 나오자 중진공 직원들이 출신 학교·어학 점수를 고치면서 176등이 됐다. 여전히 서류전형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서류 합격자수를 늘려 황씨를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후 인·적성 검사에서도 응시포기자를 제외하고 164명 중 꼴찌로 탈락하게 되자 다시 146등으로 조작해 합격시켰다.
최종 면접에서 외부위원들이 “질문을 못 알아듣고 답변을 제대로 못한다”며 반발해 결국 2013년 7월31일 불합격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8월1일 박 전 이사장이 국회에서 최 의원을 독대한 다음 황씨는 합격자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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