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 “작은교회, 자본주의에 물든 교단에 대한 저항”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서울의 ‘동네작은교회’(김종일 목사)는 신자가 30명을 넘어서면 ‘분가’시킨다. 경기 부천의 ‘새롬교회’(이원돈 목사)는 교회 건물을 마을에 내놓아 마을공동체를 위해 쓴다. 강승욱 목사는 힘들게 번 노동자들의 헌금을 받을 수 없다며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짓고 금·토요일 밤 서울로 올라와 예배를 본다.
“우리가 눈을 떠 보지 않고, 대형교회에 절망해서 그렇지 우리 주위에는 교회의 본질을 지키려는 교회와 목회자, 평신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함께 모여 정보교류도 하고 이 시대 지향점인 생명평화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입니다.”
다음달 3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는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2016 작은교회 박람회’가 열린다. 80여개 교회와 20여개 개신교계 단체가 참가하는 박람회는 성장제일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교회 공동체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앞서 27일에는 ‘작은교회 운동을 위한 한국적 교회론 심포지엄’도 열린다.
이 박람회를 주최하는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61)는 방인성 목사 등과 함께 올해로 4년째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감신대 사태’ 정상화를 촉구하며 사직한 이 교수를 만나 작은교회운동과 생명평화정신,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론에 대해 들었다.
- 생명평화마당은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나.
“1990년 세계기독교교회가 불평등과 전쟁의 위험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 구원은 멀었다는 위기의식으로 다 함께 기도하고 고민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가톨릭의 공의회와 같은 격이다. 이때 이슈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존(JPRC)’이었다. 정의는 분배의 문제이고, 평화는 핵무기의 과다보유, 창조질서의 보존은 생태계 파괴의 문제와 닿아 있다. 그해 서울에서 모임이 열렸지만 한국사회와 교회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때의 논의를 더 발전시키자는 뜻에서 생명평화마당을 만들고, 2010년 ‘생명과 평화를 여는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시작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 작은교회운동이란 무엇인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2018년 3·1운동 100주년 등 한국교회로서도 중요한 일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성장 위주 대형교회와 자본주의에 물든 한국의 기독교로는 이러한 역사적 지점을 제대로 맞이할 수 없겠다는 성찰이 있었다. 한국현실에 맞는 ‘시대 거역적인 도전’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작은교회운동을 시작했다.”
- 작은교회가 가치로 내건 탈(脫)성장, 탈성직, 탈성별의 의미는.
“탈성장은 더 이상 성장이 아닌 ‘성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탈성직은 성직주의에서 벗어나 목사가 평신도와 수평적인 관계에서 교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성차별주의도 문제다. 이러한 가치관 아래 ‘평신도성’, ‘여성성의 가치(가부장적 가치가 아닌)’를 회복하고 교회를 새롭게 디자인하자는 것이다. 세 가지 가치를 갖고 존재하는 교회의 모습이 바로 ‘작은교회’다. 작은교회는 외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교회란 본래 ‘작은교회’여야 하는 것 아니냐. 다양하되 유기적이며 가난하되 모두를 품고 세상을 위해 세상에 저항하는 교회다.”
- 그동안의 성과는.
“작은교회를 발굴해 세상에 알려왔다. 외롭게 활동하던 목사들이나 활동가, 평신도들이 서로 동질감을 갖고 격려하며 힘을 내게 됐다. 목회자가 되려는 신학생들에게 지향해야 할 교회모습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교회의 크기가 목사의 크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성서적인 교회의 모습이 드러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사실 대형교회와 달리 이런 작은교회들이 세월호의 곁에 있지 않았나. 작은교회운동을 새로운 기독교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희망이다.”
- 미래의 종교, 나아가 교회에 대한 우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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