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해운, 새길 찾은 도시들]저무는 산업은 있어도 저무는 도시는 없다
예테보리(스웨덴)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ㆍ예테보리·브레머하펜…조선업 붕괴 겪은 도시들, 틈새 산업 등 전환 ‘부활’
ㆍ시민 참여가 성공의 동력
“우리는 저 크레인이 자랑스러워요. 도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니까요. 조선업이 있었기에 지금의 예테보리가 있습니다.”
7일 만난 스티그 예란소렌 예테보리항만 사업개발부장은 예타강 북쪽 변에 선 오렌지색 초대형 갠트리크레인(문 또는 다리 모양의 항만용 크레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서남쪽으로 470㎞떨어진 인구 55만명의 항구도시 예테보리 시민에게 조선업이 남긴 유산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자랑’이었다.
스웨덴 조선업이 붕괴한 지 30여년, 예테보리는 이 나라의 성장엔진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일궜던 경험과 자신감은 정보통신(IT), 헬스케어, 전기자동차 등에 이식됐다. 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도시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조선업과 해운업 위기를 겪었던 유럽과 일본의 도시를 취재했다. 구조조정을 앞서 겪은 도시들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다.
조선·해운업 붕괴를 겪은 도시들은 산업 전환, 틈새산업 육성 등의 방식으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독일 브레머하펜은 장치 산업인 조선기술을 살려 10여년 만에 독일 북부 최대 해양풍력발전 제조단지로 탈바꿈했다. 덴마크 오덴세는 금융위기로 문 닫은 92년 역사의 제철소를 풍력발전, 로봇, 드론 산업을 키우는 산업단지로 탈바꿈시켰다. 조선소 이전 부지를 재개발한 일본 요코하마는 새로운 문화·상업시설을 유치해 활력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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