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의 도시를 깨운 ‘소통의 힘’, 스웨덴 예테보리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7. 21:31
예테보리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9.26 21:55:00 수정 : 2016.09.26 21:55:53

ㆍ조선업 붕괴 어떻게 극복했나

조선업 호황 시절 무채색이던 건물 외벽을 밝은 색으로 바꿔 재개발한 스웨덴 예테보리 리버시티의 거주지역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조선업 호황 시절 무채색이던 건물 외벽을 밝은 색으로 바꿔 재개발한 스웨덴 예테보리 리버시티의 거주지역에서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조선소 부지를 개발해 첨단지식산업을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는 시민들에게서 나왔다. 예테보리시 집행위원회는 2009년 리버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의 실행부서와 시민들로 구성된 프로젝트그룹에는 배경과 소속, 전문성이 각기 다른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경제학자, 생태학자, 건축가, 도시공학자 등 전문가는 물론 중국,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자들도 주저 없이 의견을 쏟아냈다.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자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조선업 붕괴로 위기에 빠진 예테보리를 구한 것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방불케 하는 소통의 힘이었다.

28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놓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압축하고 워크숍을 열어 또 다듬었다. 그 결과 ‘세계로 열린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비전 아래 ‘물을 품자, 도심을 강화하자, 도시를 연결하자’는 3개의 전략을 마련했다. 스웨덴식 의견수렴 방식은 유럽에서도 화제가 됐다. 도시재개발을 추진 중인 프랑스 리옹도 예테보리를 찾아와 배울 정도다.

모든 의사결정이 라운드테이블에서 선입견 없이 논의돼 결정된다. 예타 강변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도 이런 방식의 토론 끝에 철거가 결정됐다. 도심의 숙박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을 유스호스텔로 개조하자는 제안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무려 4년간의 검토와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다. 요한 에크만 예테보리공사 홍보이사는 “예테보리 수변재개발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소통’”이라며 “스웨덴식 토론에서는 특정인의 아이디어를 묵살하는 ‘하지만’이라는 단어보다 보완을 뜻하는 ‘그리고’를 주로 쓰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예테보리에 31년째 사는 한국교민 구본철씨(68)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의사결정을 한 뒤 형식적으로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단계부터 제로베이스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반영하다보니 시민참여도 높고,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볼보는 1927년 예테보리에서 탄생했다. 세계 최대의 페리운항회사인 스테나라인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예테보리대 치과는 세계 최초로 임플란트를 탄생시켰다. 1979년 이후 매년 1월에 열리는 예테보리 영화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주요 영화제다. 볼보와 조선업의 도시, 스웨덴 두번째 도시면서 최대 항구, 그러면서 많은 크루즈선과 페리가 입항하고 국제영화제 도시라는 점에서 에테보리는 ‘울산-부산’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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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09262155005&code=920100#csidx58655205f353874b7e7c47ec0429c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