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지키기 강박이 낳은 이정현 대표의 억지와 음모론
입력 : 2016.09.29 21:19:01 수정 : 2016.09.29 21:21:00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그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현안에 관한 인식을 잘 드러냈다. 이 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하는 데 충분히 시간과 예산을 줬다”면서 “(세월호를 둘러싼 의문 등) 박근혜 정권에 들어와 야당이 제기해서 밝혀낸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당과 정부가 진실규명에 협조하기는커녕 뒤에서 온갖 구차한 방법으로 방해한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더구나 이 대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을 때 KBS에 전화를 걸어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말라고 개입한 장본인이다. 그에 대해 정당한 직무였다고 주장하는 그가 세월호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낼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로 확인된 게 있느냐고 따졌다. 여기에 미르재단의 800억원 모금을 둘러싼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개입 의혹에 대한 그의 인식은 충격적이다. 이 대표는 “세월호 사건 났을 땐 900억, 1000억에 가까운 모금도 금방 했다”며 마치 미르재단 모금이 세월호 사건 때의 자발적 모금과 차이가 없는 듯이 주장했다. 청와대 개입을 부인하기 위한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미르재단의 인허가가 하루 만에 난 것도 “한나절에도 인허가가 날 수 있다. 그런 사례가 실제로 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총리가 앞서 같은 해명을 했다가 거짓말로 판명 났음에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을 흠집내기 위해 날조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떳떳하다면 미르재단에 대한 의혹을 밝히자는 증인채택을 왜 새누리당이 한사코 반대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여당 대표의 충정도 방향이 옳아야 지지를 받는다. 지금 이 대표가 단식 중이어서 조심스러워하지만 새누리당의 동료 의원들조차 이 대표의 맹목과 저돌성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한다.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는 여론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을 모두 “임기 얼마 남지 않은 박 대통령을 쓰러뜨려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전략”으로 모는 것은 그야말로 근거 없는 정치공세다. 더 늦기 전에 이 대표는 정권의 의혹과 비리를 변명과 억지, 음모론으로 덮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합리성에 기초해 당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옹위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핵보다 무서운 것은 남한의 시스템 마비이다 / 장덕진 서울대 교수 / 경향신문에서 (0) | 2016.09.30 |
---|---|
[사설]또 기업에서 210억 걷은 대통령의 관치 스타일 / 경향신문 (0) | 2016.09.30 |
한국이 민주주의 후진국이라는 증거, 인사 폐단의 계보 / 박태균 서울대 교수 / 경향신문에서 (0) | 2016.09.30 |
“한국의 불평등, 분배가 아니라 공정성과 기회의 문제” / 경향신문 (0) | 2016.09.29 |
통치자의 '광기'와 분노의 표적 찾기 / 경향신문 (0) | 2016.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