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정치적 교착국면 해결을 위한 헌법적 해법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국회는 지난달 24일 새벽 본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했다. 헌정사상 6번째다. 이에 반발해 여당이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여당 당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다 중단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정국이 꼬일 대로 꼬여있다.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제는 우리 대통령제 헌법에 절충적으로 가미된 의원내각제적 요소 중의 하나이다. 헌법 제정 당시에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원한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과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를 원한 한국민주당 사이에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져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되 몇 가지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헌법이 만들어지게 됐고, 의회의 내각불신임제와 유사한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동의권도 이런 배경하에 1952년의 제1차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에 최초로 규정됐다. 1952년 헌법에서는 지금의 국무회의에 해당하는 ‘국무원’ 전체에 대한 불신임결의를 규정했다가 2년 후인 1954년 헌법에서는 국무위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불신임결의로 바뀌었다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 대통령은 국회의 불신임결의가 있으면 그 국무위원을 해임해야 했다.
이 조항에 따라 1955년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임철호 농림부 장관을 최초로 해임했다. 그 후 1962년 헌법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 ‘결의’제가 아니라 해임 ‘건의’제를 규정했다. 국회 해임 동의의 법적 구속력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해임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단서를 헌법에 달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국회의 뜻을 존중해 1969년에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에는 오치성 내무부 장관을 국회의 해임건의 후 각각 해임했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 해임 ‘건의’는 ‘의결’로 바뀌었다. 1987년의 현행헌법 개정단계에서 여야 대표들로 구성된 8인 정치회담에서는 국무위원 등에 대한 해임의결을 다시 해임건의로 바꾼다. 이런 현행헌법하에서도 두 번의 해임건의가 당시 대통령에 의해 모두 받아들여졌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임동원 통일부 장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국회의 해임건의 후 모두 해임됐다. 이렇듯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해임동의는 ‘건의’든 ‘결의’든 정부에 대한 국회의 정치적 책임 추궁 수단으로서 기능했고, 대통령들은 국회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동의제가 국무위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장치라는 점이다. 헌법이나 국회법에는 해임건의 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탄핵처럼 “직무상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때”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만 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무위원 개인이나 심지어 대통령에 대한 간접적인 정치적 책임 추궁을 위해서도 해임건의제는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이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규정하고 있어서 대통령에 대해 탄핵 이외에는 직접적인 책임 추궁이 어렵지만, 그 대신 행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위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추궁해 간접적으로나마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점에 주목해 해임건의권의 의미를 “임기 중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통령 대신에 그를 보좌하는 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대통령을 간접적이나마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해임건의 거부의 이유로 장관으로서의 직무와 무관한 해임건의라든가,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임건의라는 점을 드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은 헌법상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써 한다”는 헌법 제63조 2항의 의결 정족수 규정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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