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당신의 뇌를 과소평가 말라 | |
감퇴한 능력에만 ‘과잉반응’ 나이 들수록 감정통제 능숙 | |
허미경 기자 | |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를 집필한 <뉴욕 타임스> 의학기자 바버라 스트로치(사진). 이 책을 쓰던 2010년 그의 나이 쉰여섯. 자타공인 “확실한 중년”의 여성이다. 애초 그가 중년 뇌에 관한 책을 쓰려던 이유는 사람 이름이 빨리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깜빡깜빡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가 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양한 학자들을 취재하면서 중년 뇌가 이십대 뇌보다 더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에 놀라 책의 목표를 전면 수정했다. 그러곤 주변 중년 친구들에게 연달아 물어봤다. “그거 알아? 우리 뇌가 이십대 때보다 더 낫다는 거?”
반응은 신속하고, 비슷했다. “웬 미친 소리!” 지은이는 그러나, 중년 뇌의 똑똑함이 실제론 “우리가 이미 알던 사실”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현실의 중년들은 매일 일을 하면서 젊은 시절과 견주고, 지금 뇌의 장점보다는 결점만 본다는 것이다. 그가 만난 중년 남녀들은 한결같이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면서도 말끝에는 “그래도 지금이 제일 유능한 것 같다”거나 “판단력은 지금이 최고”라고 답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중년 뇌의 똑똑함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중년기가 청년기보다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를 들려준다. 우리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중년 위기’ 담론의 뿌리를 찾아내어 그 연구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중년 위기’론의 뿌리는 심리학자 엘리엇 자크가 발표한 1965년 소수 예술가들에 대한 연구다. 그는 예술가들이 삶의 중간 시점에 도달하면 표현양식을 바꾼다며, 중년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자각이 커지면서 깊은 상실감과 우울함을 야기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뒤이어 심리학자 레빈슨은 고작 40명 남성을 연구한 뒤 쓴 1978년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이란 책에서 40~47살에서 중년 전환기를 찾고는 이 중년기는 위기의 시기라고 썼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표본을 대상 삼은 최근 연구는 중년의 그림을 뒤집는다.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은 중년 위기론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고 1990년대에 선언했다. 미국인 8천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실시한 카스텐슨의 연구 결과는 대상자의 5%만이 중년의 외상을 겪으며 그들은 대개 평생 정신적 외상을 겪어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도리어 연구 대상자 대부분은 중년 위기는커녕 35~65살 사이, 특히 40~60살 사이에 안녕의 느낌이 증가했다. 남자 2천명을 대상으로 2005년 종결된 22년간의 연구에서 심리학자 므로첵은 삶의 만족도는 65살에 절정이었음을 알아냈다. 카스텐슨은 중년에 더 행복한 이유를 뇌의 ‘긍정성 효과’에서 찾는다. 므로첵은 나이 들면서 더 행복해지는 이유를 우리 뇌가 감정을 더 잘 통제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다른 중년 위기론은 자식들을 떠나보낸 어머니들이 겪는다는 ‘빈둥지증후군’인데 이 역시 지금은 ‘허구’로 여겨진다. 심리학 교수 캐런 핑거먼은 매년 집을 떠난 신입생에게 부모님이 어찌 지낼지를 물었는데, 학생들은 패닉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들 답했다. 그러나 부모들은 삶을 즐기며, 아이들이 너무 자주 전화를 해댄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핑거만은 빈둥지증후군이 남성 대상 중년 위기론에 상응하는 여성 대응물로 만들어진 관념일 뿐이라고 말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모든 시간을 자녀 양육에 바친 여성들조차 아이들이 독립하자 대체로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 허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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