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과장까지 내쫓았다는 대통령 권력 사유화 의혹
최순실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해 좌천됐던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3년 만에 결국 옷을 벗었다고 한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이 지난 7월 잇따라 명예퇴직했는데, 박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문체부에) 있어요?”라며 문제 삼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권력 사유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 사례야말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는 공무원을 대통령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축출한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2013년 박 대통령 지인 최순실씨의 딸이 국가대표 선발 승마대회에서 2위로 밀려나자 청와대 지시에 따라 승마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청와대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승마협회의 전반적 문제가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들의 경질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자 문체부는 “업무능력이 떨어져 전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폭로가 나오면서 외압 의혹이 사실상 정설로 굳어졌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이번에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 모두 자의로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며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믿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만약 외압이 없었다면, 업무능력이 떨어져 3년간 한직을 맴돌던 인사가 명예퇴직을 하자마자 스포츠 유관단체에 자리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노 전 국장이 옮긴 단체는 문체부가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옷을 벗는 대가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줬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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