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응답하라 검찰총장
사회부 홍재원 기자요즘 검사들은 눈치를 잘 봐야 한다. 태양이 둘이기 때문이다. 둘 관계도 오락가락한다.
검사들의 수장은 검찰총장이다. 검찰청법에 나와 있다.
그래서 검찰총장이 가장 셌다. 찍히면 검사생활 끝이었다. 그런데 바뀌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엔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다.
우병우란 괴물을 키운 건 김진태 전 총장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기수가 한참 아래여서 애써 무시했다. 우 수석이 파고들었다. 그는 검찰을 잘 알지만 또한 증오했다.
“(검찰이) 일만 있으면 저를 불러서 부려먹고는 승진은 다른 놈 다 시켜주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했어요. 일만 시켜먹고 승진 때는 빼고.” 그는 언론과 만나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냉소했다. “검찰총장도 2년짜리 권력이라고. 그게 지 자리고 지 거냐? 국민이나 대통령이 ‘거기 잠시 앉아 있어라’ 이런 거지, 지 권력이냐고요.”
검찰총장은 인사권이 없다. 반면 청와대는 검찰 인사를 한다. 검사는 인사에 목을 맨다. 우 수석은 줄을 세웠다. 법무·검찰의 몇 개 요직은 확실히 잡아놓았다. 힘이 우 수석에게 쏠렸다. 김 전 총장은 모른척했다. 수석이 뭐 대단하냐는 식이었다. 나중엔 어린애한테 수염을 뜯겨도 하소연조차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는 사이 검찰은 우 수석에게 정기인사를 두 번 당했다. 계속 발가벗기고 엎드려 뻗치기시키면 숙연해진다. 여기저기서 자칭 우병우 라인이 속출했다. 그의 기획이면 포스코든 어디든 진격했다. 김 전 총장은 조용히 임기를 채웠다.
김수남 총장은 이래선 안된다고 봤다. 총장 부대인 중수부(특수단)를 되살렸다. 특수단은 우 수석과 얽혀 있는 박수환을 걸었다. 직속인 대검 감찰팀도 돌렸다. 우병우 사단의 연대장쯤 되는 인사를 문책했다.
여기까진 그럴 수도 있다. 결정타는 진경준 수사다. 특임검사를 투입해 우 수석과 막역한 진경준을 구속했다. 우 수석이 불쾌해했다고 한다. 김 총장을 날릴 거란 얘기가 돌았다.
이 상태에서 7월 우 수석이 최대 위기를 맞는다. 그는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를 주시했다. 자신을 취재하는 걸 그 전부터 알았다. “조선일보는 부패 언론입니다. 송희영이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조선 기자들을 시켜 사정 책임자인 나를 선제 공격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려는 좌파 언론일 뿐입니다.” 두 언론만 신속하게 고소했다. 대통령은 끄덕이며 숨어들었다.
공은 총장에게 넘어갔다. 우 수석이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의혹 내용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사표를 내는 순간 구속이라고들 했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우병우 라인이 절대 아니라는 검사들이 속출했다. 그런데 요새 양쪽이 손잡는다. 수사를 적당히 덮으려는 분위기다. 검사 추문이 잇따르면서다. ‘대기 중’인 추문도 여럿이라 한다. 총장이 먼저 옷을 벗게 생겼다. 그는 주춤했고, 우 수석은 기세등등해졌다. 세 번째 검찰 인사가 다가온다. 우병우 라인은 또 늘어난다.
우 수석은 아직 거기에 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되면서까지 말이다. 민정의 옷은 방탄복이 됐다. 거꾸로 남의 목을 비튼다. 어떻게 그가 기용됐을까. 비선 실세의 천거란 게 사실일까. 나라꼴이 엉망이다.
이쯤에서 묻는다. 검찰총장은 뭐하는 사람인지를. 비리 공직자를 놔둬도 되는지, 청와대의 검찰 개입은 괜찮은지 우리는 묻는다. 이런 걸 막으라고 있는 게 검찰총장 아닌지, 못하겠으니 공수처장에게 맡기라는 뜻인지, 힘없는 사람과 말없는 시신이나 족치다 나가겠다는 건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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