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생수에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ㆍ9개 도시·제품에서 전부 검출, 수도관 주성분 에폭시수지 원인
ㆍ한국인 노출량, 유럽 기준 초과…은행 순번대기표에도 ‘다량’
전국 대도시 수돗물과 시판 중인 먹는샘물 다수, 영수증에서 생식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류가 검출됐다. 물과 실내먼지, 식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출되는 비스페놀양이 유럽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이 14일 입수한 한양대 문효방 교수팀의 ‘다매체·다경로에 의한 비스페놀류의 인체노출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량이 많은 9개 생수 브랜드와 전국 9개 도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모두에서 비스페놀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시민들이 생활하며 매일 노출되는 비스페놀의 양은 유럽의 인체안전기준치인 4㎍(마이크로그램)/㎏을 넘는 4.1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스페놀은 체내에 들어가면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대신해 작용하면서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생식기능을 약화시키고, 어린이 행동장애에 영향을 미치며, 동물실험에서는 종양이 나타나 발암성도 확인된 바 있다. 유럽연합은 비스페놀A의 일일 섭취한계량을 4㎍/㎏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비스페놀A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노출량에 대한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로, 문 교수 등이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용역으로 비스페놀 노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돗물 내 비스페놀류의 농도는 대전이 약 34ng(나노그램)/ℓ로 가장 높았고, 부산(28ng/ℓ), 울산(24ng/ℓ), 서울(18ng/ℓ) 순으로 나타났다. 먹는샘물 중에는 ㅅ제품에서 검출된 비스페놀류가 18ng/ℓ가량으로 가장 높았고, ㅍ제품이 6ng/ℓ, ㅇ제품이 5ng/ℓ 등으로 분석됐다. 1ng은 1000분의 1㎍이다. 연구진은 수돗물의 비스페놀 원인으로 에폭시수지 등의 재료를 사용한 수도관을 지목했다.
실내먼지에도 일본이나 미국보다 많게는 7배에서 1.5배가량의 비스페놀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로 글씨를 새기는 방식의 영수증에서는 137ng의 비스페놀류가 검출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6개 공공기관과 6개 은행의 순번대기표,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다량의 비스페놀A가 검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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