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3)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29. 07:44

빈 저녁에 굶고 잠들어

밤을 인사불성으로 지내면,

밝아오는 아침이 불투명하다.

밤이 찾아오듯이 아침해도 반드시 뜨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는 걸음걸이는 휘청거린다.

 

지난 밤 연탄불을 방안에 피우고 잔 한 가족은

해가 떠도 기척이 없다.

저녁에 복어알을 먹고 한 가족이 사라졌지만

철든 이들은 왜 그랬는지 알아도

말을 꺼내는 게 두려운 까닭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운명이어서

먼 산 바라기를 하고 서 있다.

 

먼 동네에서 붉은 첩자가 잡혔다는 소문이 돌고

밤마다 평양에서 남쪽에 있는 누구에게 숫자가

라디오로 끊임없이 전달되는데

사람들은 어깨를 들어 올리고

고깃배를 타거나 탄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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