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저녁에 굶고 잠들어
밤을 인사불성으로 지내면,
밝아오는 아침이 불투명하다.
밤이 찾아오듯이 아침해도 반드시 뜨지만
이불 속에서 나오는 걸음걸이는 휘청거린다.
지난 밤 연탄불을 방안에 피우고 잔 한 가족은
해가 떠도 기척이 없다.
저녁에 복어알을 먹고 한 가족이 사라졌지만
철든 이들은 왜 그랬는지 알아도
말을 꺼내는 게 두려운 까닭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운명이어서
먼 산 바라기를 하고 서 있다.
먼 동네에서 붉은 첩자가 잡혔다는 소문이 돌고
밤마다 평양에서 남쪽에 있는 누구에게 숫자가
라디오로 끊임없이 전달되는데
사람들은 어깨를 들어 올리고
고깃배를 타거나 탄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