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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長壽 '사르데냐 섬'의 비밀… 홀아비가 없더라

이윤진이카루스 2011. 10. 7. 08:19

 

의료ㆍ보건

[오늘의 세상] 남성長壽 '사르데냐 섬'의 비밀… 홀아비가 없더라

입력 : 2011.10.07 02:06

[100세 이상 남녀비율 세계 평균 1대7… 이 섬에선 1대1]
사르데냐 남자들은 - 나이 들어서도 평생 목동
부인과 사별하면 곧 재혼… 하루 평균 12㎞ 이상 걸어
한국 남자들은 - 70세 넘으면 집에만 있고
아내·며느리에 의존, 독립적 생활력 거의 없어

십여년 전 장수학자들이 모여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100세 넘게 사는 '100세인'이 많으면서 이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살고 있는 장수촌을 파란색 펜으로 동그라미 쳤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이카리아(그리스), 오키나와(일본), 니코야(코스타리카)였다. 이 중 사르데냐는 독특하다. 세계적으로 100세인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7배 많은데, 유독 여기선 남녀 똑같이 100세를 누리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이탈리아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장수학자들은 "사르데냐 목동처럼 살면 남성도 여성 못지않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서쪽 지중해에 위치한 섬 사르데냐는 세계적인 장수촌이다. 특히 남성 100세인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평생 해발 416m 산간 지역을 매일 오르내리며 하루 평균 12㎞씩 걷는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제공
이탈리아 반도 서쪽의 지중해에 위치한 섬 사르데냐에서는 인구 160만명 가운데 250명이 100세가 넘는다. 112세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던 안토니오 토드도 이곳 출신이다. 사르데냐에서도 섬의 중동부에 위치한 해발 416m의 산간 지역에 특히 100세인이 많다. 이 지역 남성들은 주로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인데, 경사진 언덕길을 하루 12km씩 걸어 다닌다. 사르데냐 삿사리대학 지아니 페스(Pes) 교수는 "100세 넘어서도 양몰이를 계속한다는 것이 결정적 장수 요인"이라면서 "양치기는 농사처럼 노동 강도가 세지 않아 피로감은 적고 운동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페스 교수는 "내가 만난 백세인들은 모두 활동적이고 사교적인데다, 사별하더라도 금세 재혼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법이 없다"면서 "부부가 늘 서로를 돌봐주며, 가족 간 유대감도 매우 강하다"고 했다.

식단은 소일 삼아 직접 기른 농산물로 차려 소박한데, 보리로 만든 얇은 빵(디스토쿠)이 주식이다. 이 빵은 발효시킨 반죽으로 만들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당뇨 환자가 드물다. 쇠고기·돼지고기 대신 양고기·염소 고기를 먹는다. 양젖을 마시거나, 양젖으로 만든 치즈도 많이 먹는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는 뜻이다. 여느 이탈리아인들처럼 올리브오일과 포도주를 즐기고, 특히 토마토를 많이 먹는다. 모두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든 식품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토마토에는 전립선암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샤르데냐에서도 남성 장수인이 다소 줄고 있다고 페스 교수는 전했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들어와 사르데냐 남성들이 목동 일을 못하는 것이 원인인 듯하다"면서 "평생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은 100세인 가운데 유달리 여성 비율이 높다. 10년 전에는 여성 100세인이 12배나 더 많았고, 지난해 조사에서도 여전히 여성이 8배 많았다. 가천의대 박상철 교수는 "한국 남성들은 나이 들면 대접받으려 하고, 70세만 넘어도 활동을 접고 집안에만 머문다"면서 "여성들이 끊임없이 가사를 계속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남성들이 의식주를 주로 아내나 며느리에게 의존하고 독립적인 생활력이 없는 것도 남성 100세인이 드문 이유로 꼽혔다. 한국에서도 남성 100세인은 주로 강원도 산간지역에 살면서 쉼 없이 움직이고, 돈 관리도 직접 하는 자립심 강한 스타일이라고 박 교수는 전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2005년 2.7%에불과하던 중졸 이상 100세인이 2010년 5.8%로 두 배 이상 늘면서, 남성 100세인도 늘고 있다"면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고학력 남성들은 자기 관리를 잘하고 나이 들어서도 사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고학력 남성 100세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