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다시 찾은 고향에서 (2012년 1월)

이윤진이카루스 2012. 1. 16. 23:14

 

40년이 넘어

다시 찾아간 고향에는

널빤지에 아이를 앉히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던

피난민 영감은 없고

아비끼리 잘 안다며

아들이 나를 찾았다고.

 

물감으로 형형색색이 된

흔해빠진 도루묵 알을 씹은

냉혹하게 지냈던 시절은

아득한 과거로 흘러가고

아이도 아비처럼 늙었겠지.

 

전쟁을 일으킨 자에게

포화에 쓰러진 자에게

세월은 무작정 가버리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버렸다.

 

한 세대가 사라지고

두 세대가 멀어지면

시간은  비틀거리고

대지는 바다와 함께

추억을 지워버린다.

 

무엇이 남을까,

시간이 가버리고

미래가 섬뜩 오면.

누가 기록할까,

이렇게 살았던 삶과

저렇게 찢어진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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