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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의 발견과 주장

이윤진이카루스 2024. 10.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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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르메니데스의 발견과 주장

 

파르메니데스는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가 시간에 따라 차고 기운다는 관찰이 (모든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거짓임을 발견했다. 셀레네는 그런 종류의 일을 수행하지 않는다.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그녀의 변화는 망상이다. 그 변화가 그렇게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모든 사람이 관찰을 할 수 있는 듯하여도, 사실상 그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명확한 관찰, 특히 변화나 움직임에 대한 관찰은 철저히 미덥지 못하다; 그래서 관찰된 움직임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셀레네는 항상 크기와 형태가 같은 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말할 것이다: 달이 차지도 않고 기울지도 않는다는 발견은 반대로 관찰의 도움을 받아서 이룩되었다. 셀레네가 항상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듯함을 (DK 28B15) 관찰하지 않고 그런 발견이 이룩될 수 없었을 터이다; 그것은 (이성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바) 달이 달빛을 태양으로부터 받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관찰은 관찰의 허위성을 함축할 것이다 ㅡ 반증의 (논박[elenchus], 또는 더 구체적으로, 귀류법[歸謬法: reductio ad absurdum]으로 허위성에 대한 간접적 증거) 분명한 경우이다. 햇빛 속에서 공을 손에 쥐고 공 주위를 사람이 도는 (또는 공이 사람 자신의 주위를 도는) 동안 공 위에서 빛과 그림자가 노니는 것을 관찰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눈에 보이는 달 몸체의 변화는 그림자의 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다.

그러나 이것 어느 것도 추론이 (논리적) 없었다면 발견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래서 추론은 미덥다: 추론은 정말로 진리의 길이다; 유일한 길.

이것이 첫 번째 핵심적 문제에 대하여 내가 제시하는 해결책이다. 파르메니데스가 이와 같이 논증함에 의하여 자신의 엄격한 합리주의에 쉽게 도달하였음은 내가 보기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먼눈을 뜨게 하는 것으로서 ㅡ 자신의 감각적 눈의 빈곤성에 자신의 정신적 눈을 열게 하는 것으로서 ㅡ 쉽게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에게 그것은 마치 신()의 계시와도 같았다. 이것은 진리였고, 이것은 진리로 통하는 길이었다. 그 진리의 길은 심지어 관찰의 세상이 거부되기 이전에 처음으로 틀림없이 확립되었다.

 

나는 이제 나의 두 번째 문제인 파르메니데스가 지녔던 표면적인 시대착오의 문제로 방향을 바꾼다. 여기서 일반화해서 독단화하는 파르메니데스의 경향에 관한 나의 상정(想定)이 작동한다.

달이 변하지 않는 구형(球形) 몸체라는 위대한 발견은 파르메니데스에 의하여 일반화되어 아마도 전세상이 변하지 않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견해에 도달한다. 혹시 모든 변화, 모든 움직임은 빛과 그림자의 망상적 장난질이며 빛과 밤(night)의 장난질일까? 혹시 우리가 모든 움직임이 불가능하다고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정말로 파르메니데스는 그것을 증명한다. 그가 내놓는 증거는 그의 글 1부 진리의 길에 대한 긍정적인 우주론적 귀결이다.

진리의 길은 그의 시에서 두 가지 주요 기능을 지닌다: 진리의 길은, 감각주의가 항상 논박되어 합리주의가 진리로 통하는 유일한 길임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길은 실재 세상에서 움직임인 물질적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증거는 매우 교묘하다. 그 증거는 철저히 선험적이어서 모든 경험적 전제가 없다. 그 증거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것이다:

(1) 존재하는 것만 존재한다.

(2) ()는 존재할 수 없다.

(3) 공간은 없다.

(4) 세상은 가득 차 있다.

(5) 세상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움직일 공간이 없다 ㅡ 그리하여 변화할

(일종의 움직임인) 공간도 없다.

(6) 움직임과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여신이 제시하는 증거이다: 증거로서 그것은 무오류이고 그리하여 신적(神的)이다. 파르메니데스의 논증에는 교묘한 속임수가 없다; 반대로 단순함, 섬세함과 얼마간의 어수룩함이 있다: 위대한 선구자가 지니는 모든 징표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달을 파르메니데스가 위대하게 경험적으로 발견한 것에 대한 선험적 연역이고, 그 발견을 일반화한다. 그리하여 이 발견은 설명되고 그 설명과 함께 우주가 설명된다! 심지어 2,500년이 지나서 우리에게도, 움직임을 전제하면 역설이 발생함을 밝히는 제논(Zeno)의 유명한 증거에서 결함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파르메니데스가 설파하는 증거에서 결함을 발견하기란 거의 동등하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