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물미역 사며 (수정본)

이윤진이카루스 2025. 3. 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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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미역 사며

 

전쟁 승리도 패배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끝나고

바닷가 사람들 배를 곯았다.

보릿고개 밀기울로 넘길 수 있어

생명 연장할 수 있었지만

궁핍의 시절에 그것 또한 귀했다.

 

겨울 오면서 달랑거리던 곡식 떨어지면

추운 날씨는 빈 곡식통과 더불어 얼어붙고

시간 빨리 지나기를 기다릴 따름인데

포만 잊은 아이들의 눈망울 따라

낮 길었고 밤 뒤채다 지쳤다.

 

바닷가에 불어오는 바람 파도 흩어지고

부두에 얼어붙은 소금물 짧은 해 비웃을 때

사람들 파도에 밀려온 미역을 주웠다.

알곡 부스러기와 미역 먹고 살아가노라면

막연하지만 걱정 잊고 살 수 있으려니.

 

오십 년 흘러 늙은이 되어가며

습관적으로 물미역 산다.

두뇌의 한 부분에 각인되어

유전자 초기형태 보이는

물미역이라도 확보하고 싶은 기억

어물전에서 눈을 굴린다.

 

줄기 초고추장에 비벼 먹고

이파리 국 끓이곤 했는데

아스라이 추억으로 남았다.

 

어리석은 세월 막으려고,

유전자 초기형태 떨치려고

지금 무엇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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