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미역 사며
전쟁 승리도 패배도 아니게
어정쩡하게 끝나고
바닷가 사람들 배를 곯았다.
보릿고개 밀기울로 넘길 수 있어
생명 연장할 수 있었지만
궁핍의 시절에 그것 또한 귀했다.
겨울 오면서 달랑거리던 곡식 떨어지면
추운 날씨는 빈 곡식통과 더불어 얼어붙고
시간 빨리 지나기를 기다릴 따름인데
포만 잊은 아이들의 눈망울 따라
낮 길었고 밤 뒤채다 지쳤다.
바닷가에 불어오는 바람 파도 흩어지고
부두에 얼어붙은 소금물 짧은 해 비웃을 때
사람들 파도에 밀려온 미역을 주웠다.
알곡 부스러기와 미역 먹고 살아가노라면
막연하지만 걱정 잊고 살 수 있으려니.
오십 년 흘러 늙은이 되어가며
습관적으로 물미역 산다.
두뇌의 한 부분에 각인되어
유전자 초기형태 보이는
물미역이라도 확보하고 싶은 기억
어물전에서 눈을 굴린다.
줄기 초고추장에 비벼 먹고
이파리 국 끓이곤 했는데
아스라이 추억으로 남았다.
어리석은 세월 막으려고,
유전자 초기형태 떨치려고
지금 무엇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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