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은 성지다
얼음 녹아서 물이 되고
물 얼어서 얼음이 되기에,
밤이 지나서 낮 오기에
죽음과 삶 하나라고
헤라클레이토스 말했다.
권좌에 올라 멀어졌던 분
오늘 아침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음과 삶 자연이라며 남긴 유서
이해하려면
혁명할 수 없었다고,
그런 시절 아니었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리라.
위에 칼이 매달려
권력자 위협한다고
다모클레스(Damocles) 경고하고,
장자(莊子)
경상(卿相)의 지위를
교제(郊祭)의 제삿소(犧牛)에 비교하지 않았나.
끊임없이 침략당하여 부녀자들 겁탈당하고
백성의 목 잘리던 포악하고 어리석은 역사에서
당신
죽음으로 책임진 권력자로 남는다.
죽음과 삶 자연의 일부라기보다
죽음이 있기에 삶 고귀하다고 주장하면서*
당신의 죽음 고귀한 것이라고 말하겠다.
비겁한 인간들에게 권력자의 최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우리 곁에 돌아온 당신!
미국인 현각스님
성지(聖地) 만들지 말라고,
성인(聖人)이 난 곳
추앙의 땅 아니라고
불교가 가르친다며
전진과 끝없는 수행 가리켰지.
당신 몸이 부서진 봉하마을
정치하지 말라던 분이 떠난 마을
절벽 부엉이바위
성지로 간직하겠다.
추기경이 추운 겨울에 세상 뜨고
아비가 3월에 마지막 숨을 쉬더니
어제 심판이라는 글을 쓰고
오늘 당신의 부음 듣는다.
혼돈의 땅
민주주의 소리치고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격동이라고
사람 사는 세상의 갈등이라고
우리는 싸움을 줄이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슬프더라도
눈물 흐르더라도
울지 말자.
앞서거니 뒤따르거니
태어난 자 사라지고
아름답던 기억만 남는 까닭
세월에서 녹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갔다, 저 장막너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라도 하듯.
남은 자의 회한도 언젠가 마모되어
당신의 비석에 이끼로 남으리라,
슬픔도 기쁨도 각인된 돌비석에.
흐느낌과 통곡
저 깊은 곳에 간직하여
봉해두라
화산처럼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땅 흔들 날 올 때까지!
후기:
칼 포퍼 경의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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