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자식들에게 매정도 했겠지만
어느 날 삶이 따뜻해지면 웃기도 했고
다시 어둡고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움츠려들어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알 수 없는 세월이 흐르고
부모 또한 마침내 사라졌는데
마지막까지 종말을 보여주고
떠난 그들의 모습은 눈물이었다.
그들의 시선도 앞을 향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했겠지만
내일을 알 수 없는 시간이
믿을 수 없고 불안했겠지.
비석을 세운다고
좌절과 슬픔이 기록될까,
삶을 기록한다고
수치와 비겁을 고백할까.
세상에 밤과 낮이 존재하듯
육체에 죄악과 영광이 있겠지.
후기: 산에 가면 무수히 만날 수 있는 비석에서 뜻을 해석하려고 애쓰지만
한문으로 새긴 비석의 내용을 완전히 알 수 없어 애석하다. 이제 나에게
부모는 없고 늘 지나간 세월 속에서 그들의 자취를 찾지만 점차
기억은 희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