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게 해준다면 무조건 표를 준다는 사람은
사흘을 굶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했고
집나간 엄마가 빵을 사들고 돌아와 살아났는데
지금도 막노동을 하며 서울에서 살아간다.
한국전쟁 후 생활고로 집단자살이 흔한 소식일 때
하루를 굶으면 시간조차 혼미하여 흐르는지 모른다.
간장을 물에 타 먹고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을 연장하여 생명을 늘릴 수 있을 듯하여
방바닥에 부서지는 햇빛을 퀭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세월이 흘러 늙어서 삶을 바라보면
이런 저런 종말에 무덤덤할 때가 있어
젊었을 때 애틋하던 삶이 그냥 그런데
그대는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까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