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한국전쟁 (16)

이윤진이카루스 2012. 6. 2. 21:23

잘 살게 해준다면 무조건 표를 준다는 사람은

사흘을 굶으니 창자가 끊어지는 듯했고

집나간 엄마가 빵을 사들고 돌아와 살아났는데

지금도 막노동을 하며 서울에서 살아간다.

 

한국전쟁 후 생활고로 집단자살이 흔한 소식일 때

하루를 굶으면 시간조차 혼미하여 흐르는지 모른다.

간장을 물에 타 먹고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을 연장하여 생명을 늘릴 수 있을 듯하여

방바닥에 부서지는 햇빛을 퀭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세월이 흘러 늙어서 삶을 바라보면

이런 저런 종말에 무덤덤할 때가 있어

젊었을 때 애틋하던 삶이 그냥 그런데

그대는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아까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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