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사람이 있는가

이윤진이카루스 2014. 11. 10. 22:47

당신 말에는

인간이 없더라,

그래서 떠났는데

역시

자신의 말만 하며

세상에서 굴러다니는

어설픈 노림수는

자신도 모르는 말.

 

인간을 말하면

때로는

눈물밖에 보이지 않아,

할 말이 없을 정도인데

잘도 내뱉는 말은

경제라고,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

하느님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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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사람 없는 사람 중심 경제

등록 : 2014.11.09 20:05수정 : 2014.11.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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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안의 경제산책

한성안 영산대 교수

연구 대상에 따라 학문은 대략 세 분야로 나뉜다. 자연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자연과학,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인문학, 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사회과학이 그것이다. 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제학은 세 번째 범주에 속한다.

사회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인간들의 집단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 요인이 인간이란 점에서 경제학은 인문학과 무관하지 않다. 그 때문에 경제학은 사회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그중 인간 그 자체를 연구하는 철학은 경제학의 출발점을 형성한다.

많은 주제 가운데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적 주제, ‘정의에 관한 논쟁, 그리고 철학적 연구방법론은 경제학 연구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인간 본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정의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요인들 사이나 사람과 물질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설정할 것인가? 이 모든 철학적 질문은 경제학의 연구모형은 물론 경제정책의 목표와 수단마저 결정한다.

예컨대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인간을 쾌락적 존재로 단정한다. 곧 인간은 쾌락을 선호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런 존재는 사실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깝다. 그것은 다시 벤담식 공리주의적 윤리관으로 이어진다. 곧 쾌락을 주는 성공과 이익은 선이요, 고통을 수반하는 실패와 손실은 악이다. 성공만 하면 되지 정의가 대순가? 그건 우스꽝스런 단어일 뿐이다! 그러니 성공하면 착한 사람이 되고, 실패하면 나쁜 놈이 된다. 김구 선생이 폄하되고, 박정희가 존경받게 되는 철학적 이유다! 나아가 이 경제학자들에게 경제적 결과는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된다. ‘일원론적 방법론이다. 간혹 정치, 사회, 문화적 요인을 거론할 때도 있지만 이것들은 결국 경제적 요인으로 환원되어 버리니 있으나 마나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환경을 바꾸지 못한다. 그는 주어진 시장에 순응할 뿐이다. 다른 요인들처럼 인간도 환경에 환원되어 버린다. 일원론, 환원론, 수동적 행위자는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이라는 이들의 전제로 집약된다. 결국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사람은 없다!

사람이 없긴 마르크스 경제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인간은 노동하는 존재다. 때문에 노동이 정의다. 일만 열심히 하면 됐지 정의가 뭐 그리 중요한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도 지적했듯이 이런 생각은 벤담식 공리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공과 이익의 질주 가도에서 스탈린주의가 등장하고, 정의에 무심한 채 경제적 실리에만 집중하는 한국노총이 조직되는 이유다. 일원론적 방법과 환원주의는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것은 경제적 요인으로 환원되고 심지어 사람도 물질로 환원되고 만다. ‘유물론의 경제학에서도 사람은 없다! 두 가지 경제학 모두에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 중심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달 한겨레신문사가 사람 중심 경제를 주제로 ‘2014 아시아미래포럼을 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람 중심 경제학이 되자면 제대로 된 인문학과 결합되어야 하는데 정작 이런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선지 여기서도 사람은 없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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