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선유동을 지나며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1. 11:31

선유동 가는 길은 차도에서 고개를 넘는데

마을이 있으리라는 느낌도

사람이 살리라는 생각도 아득하다.

   

짙푸른 6월말의 녹음 속에서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내리면

녹음에 맴돌던 고요가 찡 울리고

산딸기를 따먹고 내려간 길에는

밭과 논이 펼쳐졌다.

 

돌아나오려면 어찔한 더위 때문에

선유천 개울을 따라 내려가니

늘 다니던 버스길이 보일 듯한데

갑자기 수십 수백 마리의 개가 짓는다.

 

감금된 슬픔이 마을 위로 떠오르고

집지키는 개는 외면하고 무관심했다.

고압선과 수많은 개의 존재가 이방인처럼 서걱거리고

선유동은 여름 햇볕 속에 늙어갔다.

 

 

후기: 선유상회에서 물 한병과 얼음과자 하나를 사고, 양주화훼단지 쪽으로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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