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석주 이야기

이윤진이카루스 2010. 7. 28. 13:49

서울과 맞붙은 경기도 비닐하우스 촌에
6학년 석주는 주정뱅이 아버지와 귀먹고 말 못하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네.

 

하루가 멀다하고 아버지에게 두드러 맞으며
남편에게 맞아 응급실로 실려가는 엄마를 보며
도둑질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

 

전교조 교사인 담임이

아침마다 비닐촌 아이들과 달리기를 시키는데
주머니를 털어 많이 달리는 아이들 상도 주어
석주는 아침마다 넓은 운동장을 20바퀴는 돌지.

 

며칠 전 도둑질하다 들킨 석주는 집에서 무지하게 맞고
장맛비 내리는 둑길에서 밤을 새고
달리기 상을 받으러 학교에 왔는데
교장 선생이 교실로 와 담임에게

"그런 아이들에게 무슨 상을 주냐 ?"
아이들에게 지난 도난사건을 말하는데
담임은 어이없어 교장을 빤히 쳐다보았지.

 

"너희들은 이담에 커서

나처럼 교장이 되거나 교감 선생님이 되거나

사장이 되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장이 무단으로 교실에 들어와 떠들고 나간 후
담임은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들이 1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될지 몰라
도난사건을 말하지 않았고
훌륭한 사람이란 교장이나 교감이나 사장이 아니고
자기가 맡은 일을 행복감에 젖어  처리해나가는 사람이다."

 

"맞아요. 맞아요." 아이들은 소리치고
담임은 달리기 상을 아이들에게 주고
저 설음이 어떻게 언제 사라지려나 한숨만 길게 쉰다.

 

이 세상에 사는 석주가 보는 것은
툭하면 실신할 정도로 두드려 맞는 벙어리 엄마와
영문도 모르고 자신에게 내려오는 매질, 매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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