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후쿠시마, 근본문제 진전 없어/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26. 08:45

국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복구로 분주…‘핵연료 제거’ 근본문제 진전 없어

등록 : 2015.03.25 19:53 수정 : 2015.03.25 22:21

4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려(노심용융)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4일 노동자들이 방사능 오염수를 차단하기 위한 동토차수벽을 고정시키고 있다. 후쿠시마/공동취재단

3·11 참사 4년, 현장에 가보니…

3·11 참사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후쿠시마 제1원전은 겉으로 보기엔 이전보다 많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외신 공동취재단이 방문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7000여명의 원전 작업원들을 위한 지상 9층 높이의 대형 휴게소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은 “1~2개월 뒤 휴게소가 완공되면 원전에서 9㎞ 떨어진 곳에 설치된 급식센터에서 만든 하루 3000명분의 식사를 이곳에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부지 안에서 직원들이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현장 환경이 안정됐음을 보여주려는 도쿄전력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다. 취재진의 안전을 위해 제공되는 마스크도 예전과 달리 얼굴 전체가 아닌 코와 입만 가릴 수 있는 간이형 제품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이런 변화와 달리 후쿠시마 제1원전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현재 원전 폐로 작업의 가장 큰 난제는 날마다 300t씩 늘어나는 오염수 대책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해결하려고 원자로 1~4호기 주변의 땅을 얼려 지하수 유입을 막겠다는 ‘동토차수벽’ 공사를 진행해 왔다. 도쿄전력은 4~5월께 이 벽이 완공되면 원자로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동토차수벽은 지하수 차단 목적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공법인 탓에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도쿄전력은 또 원자로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하수를 그 앞에서 퍼내 바다로 우회해 흘리는 ‘바이패스’ 공법 사용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일 발생하는 오염수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염수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안에서 노심용융을 일으켜 녹아 내린 핵연료를 제거해야 하는 더 큰 난제가 버티고 있다. 도쿄전력은 지난 19일 우주선 속 고에너지 입자인 ‘뮤온’(뮤입자)을 이용해 엑스레이 촬영처럼 원자로 내부의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끔찍했다. 원자로 1호기 내부의 핵연료가 압력용기를 뚫고 밖으로 녹아내려 지금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뭉쳐져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녹아 내린 핵연료에선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고선량의 방사선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려면 특수 로봇을 개발해 투입해야 하는 등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전력도 “장기전을 치를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이런 어려움을 굳이 부정하려 들진 않았다. 오노 아키라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앞으로 40년 안에 폐로를 마친다는 로드맵을 따르고 있지만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기술 진전으로 조건이 달라지면 로드맵을 (앞당겨)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공동취재단·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