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진달래가 피면

이윤진이카루스 2010. 8. 2. 08:40

지난날에 춘궁기가 있었는데

얄팍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어느 새 갈무리된 곡식은 없어지고

긴긴 겨울밤이 시름에 겨웠는데

지붕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아직 싸늘한 바람이 몰려오는 개천에

버들강아지가 움트며 봄이 걸어왔다.

 

보리밭은 푸르러 풋바심은 꿈속이고

감자가 심어지지 않은 들판에서

동심은 빈 들판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꿈속에 존재하던 하늘과 들판에서

삶을 치장하려고 버들강아지와 진달래를 꺾어

그래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몰래 놓는데

진달래를 토하고 죽은 누이의 이야기는

공중에 맴돌았다.

 

세월이 꿈결마냥 흐르고 탄생은 무색이어서

아기는 시름시름 야위었고

누이는 배를 붙잡고 나뒹굴었다.

삶을 치장하면 슬픔을 잊을 수 있지만

슬픔을 잊으면 삶은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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