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 와이너리 탐방/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18. 08:11

esc

포도밭 산책에서 와인 테마파크로 와이너리 투어의 진화

등록 :2015-06-17 20:48

 

2012년에 지은 안티노리의 건물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의 바리크 방. 사진 박미향 기자
2012년에 지은 안티노리의 건물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의 바리크 방.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안티노리 와이너리 투어
이탈리아 대표 와인 명가 ‘안티노리’ 와이너리 탐방…생산시설·숙성실·박물관·시음장·레스토랑까지 갖춰
지난 11일(현지시각) 시에라로 향하는 버스에 포도밭을 달구는 뜨거운 태양이 덮쳤다. 6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대표 와인명가 ‘안티노리’의 미래와 현재를 보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안티노리’의 부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 사진 박미향 기자
‘안티노리’의 부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 사진 박미향 기자
안티노리는 현재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헝가리, 칠레 등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 기업이다. 솔라이아, 티냐넬로 등이 대표 생산 와인이다. ‘안티노리’의 부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45·사진)는 2012년 완공한 건물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Antinori nel Chianti Clascico)가 가문의 미래라고 했다. 미국의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에 든 ‘솔라이아’ 생산현장은 안티노리의 현재다.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는 와인 애호가에게는 군침이 도는 여행지다. 와인 생산시설과 숙성실, 박물관, 도서관, 레스토랑, 시음장까지 두루 갖춘, 안티노리 와인의 종합사전 같은 곳이다. 웅장한 지하주차장부터 감탄사가 나온다. 온도가 낮아야 하는 와인 저장고의 특성상 지하로 땅을 파서 지은 이 건물은 2005년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7년여가 걸려 완공했다.

13만개의 벽돌로 지은 숙성실
225ℓ 오크통 1000개 정렬
거대한 방공호 떠올리게 해
박물관·도서관·시음실
미술관처럼 예술작품 가득

흙은 건물 앞의 동산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부식에 강한 특수 철제를 사용해 뼈대를 구성했다. 안내원 사라 니에두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한다. 지하와 지상을 관통하는 나선형 계단은 그 모양만으로도 훌륭한 예술품이다. 225ℓ짜리 오크통 1000개가 나란히 정렬해 있는 ‘바리크 방’은 거대한 방공호다. 직사광선 투과를 제거한 작은 유리창이 저장고 천장에 있어, 한 줄기 빛이 오크통에 내리꽂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장관이다. 스산한 온도가 옷깃에 스며들 때쯤 시선은 13만개의 구운 벽돌 벽에 꽂힌다. 이어 사라는 스테인리스 스틸 통이 가득한 발효실과 다른 와인의 숙성실로 안내한다. 지하저장고 투어가 끝나면 가문의 그림 등을 전시한 박물관, 도서관, 와인 시음장에 들어서게 되는데, 고색창연한 회화 콜렉션 앞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안티노리는 이곳에 레스토랑 ‘리누치오 1180’을 운영한다. 토스카나 지역의 전통음식이 주메뉴로 고기요리인 ‘비스테카 피오렌티나’가 특히 인기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도 알뜰하게 구성했다.

현재 안티노리는 이곳에서 3가지 와이너리 투어를 운영한다. ‘바리카이아 투어’(Barricaia Tour)는 투어 시간이 총 1시간30분으로 1인당 20유로다. 와인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3가지 와인을 시음한다. ‘보타이아 투어’(Bottaia Tour)는 총 소요시간 2시간30분(1인당 50유로). 저장고 안에 있는 시음장에서 3가지 와인을 시음한다. 토스카나의 전통 디저트인 칸투치니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보타이아 크루’(Bottaia Cru)는 총 2시간30분이 걸리는 투어로 7가지 와인 시음과 점심식사가 포함된 투어다(1인당 150유로).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에 전시된 여러가지 와인. 사진 박미향 기자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에 전시된 여러가지 와인. 사진 박미향 기자
안티노리 넬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차로 20여분 달리자 뜨거운 태양이 지글거리는 포도밭이 눈에 들어온다. 눈 뜨기 어려울 정도로 햇살이 지독하게 따갑다. 실눈 사이로 티냐넬로와 솔라이아를 생산하는 포도밭이 멀리서 보인다. 안내자 파올로 나르도는 “147㏊ 안에 가장 중요한 솔라이아와 티냐넬로를 생산하는 포도밭이 있다”고 한다. 솔라이아는 카베르네 소비뇽 75%, 산조베세 20%, 카베르네 프랑 5%를 섞어 만든다. 티냐넬로는 산조베세가 85%다. 나르도는 “이 두 와인을 생산하는 밭의 특징은 포도나무 사이에 돌이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낮 시간에 열을 흡수한 돌이 기온이 내려간 밤에 열을 발산해 포도 작황에 도움을 준다.” 그가 이어서 재촉해 안내한 곳은 솔라이아 오크통 숙성실. 특이한 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들이 시간의 때가 중후하게 묻은 오크통을 쓴다면, 솔라이아는 매년 프랑스산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3개월마다 와인을 다른 통에 옮기고 물청소를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16~18개월간 반복한다. 나르도는 “산소가 자연스럽게 투입되는 것”이라며 “색이 변화하고 향이 매우 풍부해진다”고 한다.

안티노리 와인의 자세한 생산과정을 보고 나자 그 맛이 궁금해진다. 알비에라가 집안의 여름 별장 중 하나인 ‘빌라 티냐넬로’에서 마련한 점심식사에 2012년산 티냐넬로가 나타났다. “레스토랑 체인점도 열었습니다.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 농촌과 관광을 연결시킨 이탈리아의 최근 여행 형태)도 운영합니다.”

알비에라는 현재 26대째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안티노리 가문의 장녀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매년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그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다. “아시아는 안티노리 총 해외 매출에서 6% 정도만 차지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확신하는 그는 레스토랑 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유로 “다채로운 와인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티노리의 부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가 제공한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 사진 박미향 기자
안티노리의 부사장 알비에라 안티노리가 제공한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 사진 박미향 기자
한국에서 안티노리의 와인 티냐넬로는 ‘이건희 와인’으로 유명하다. 2004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임원에게 명절 선물로 돌려 유명해졌다. 정작 그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서 반색한다. 한 달 전에도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비빔밥, 불고기, 김치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바롤로’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등과 매우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며 “식문화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서 와인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그런 나라”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잃지 않는 알비에라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부는 맥주 붐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깊은 풍미의 맥주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오히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와인 생산자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우노, 두에, 트레!”(하나, 둘, 셋) 찰깍! 알비에라와 기념사진 촬영 내내 둘러본 안티노리의 미래와 현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시에나/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