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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미즈호 마을의 조선인 학살/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0. 7. 09:56
 

사설.칼럼칼럼

[유레카] 사할린 미즈호 마을의 비극 / 손준현

등록 :2015-10-06 18:31

 

참혹한 학살은 전쟁이 끝난 뒤에 벌어졌다. 1945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 그 직후인 8월20일부터 며칠간 일본인들은 사할린 미즈호 마을에서 조선인 27명을 학살했다. 전쟁에서 진 분풀이와 함께, 조선인들이 곧 진주할 소련군을 도와 일본인들에게 해를 입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광기에 가득 찬 일본 극단주의자들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마을에 살던 젊은이와 노인은 물론 여성과 갓난아기까지 도륙했다.

당시 소련 방첩기관은 61살의 농민 윤양원씨의 증언을 확보했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친구 채정환이 사는 미즈호 마을로 소를 사러 갔다. 그의 일본인 아내가 ‘지난 8월 친구가 살해당했다’고 고백했다. 8월 러시아인들이 상륙했을 때 일본 헌병의 명령에 따라 미즈호 마을의 모든 조선인들이 살해당했다고 했다.” 소련 국가안보부 유즈노사할린스크 담당 수사관의 심문 기록도 있다. 정리하면 “8월21일인가 22일에 내 남편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경찰관 이시다가 조선인들을 한곳에 모아 모두 서른명 가까이 죽였다”는 것이다. 1951년부터 사할린에서 역사 교사로 일했던 콘스탄틴 가포넨코는 1990년대 공개된 러시아 문서에 근거해 이 사건을 책으로 남겼다. 그는 당시 수사와 재판 기록에 바탕을 두고, 이 사건이 일본 민족주의자들이 평화로운 조선인 주민에게 자행한 극도로 잔인한 만행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도 2008년 ‘사할린 미즈호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조사책임자 방일권)를 낸 바 있다.

세계한인의 날인 5일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주립도서관에서 한-러 우호 문학의 밤이 열렸다. 이날 가포넨코의 저서가 우리말 번역판 <사할린 미즈호 마을의 비극>(새문사 펴냄)으로 첫선을 보였다. ‘1945년 8월 일본인의 한인 학살만행에 대한 추적과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장한나씨가 번역하고, 김병학 시인이 감수를 맡았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