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우매·포악한 위정자 몰아내자는 게 민주주의/ 한인섭 서울대 교수/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2. 2. 21:12

사회사회일반

한인섭 “우매·포악한 위정자 몰아내자는 게 민주주의”

등록 :2015-12-02 11:31수정 :2015-12-02 14:25

 

‘데모 좀 하지 맙시다’ 주장에 페이스북서 반박
“광장 주인은 국민…힘없는 이들이 주장 펴는 곳이 도심 광장”
“조용하고 깨끗한 광장 원한다면 평양 김일성 광장 추천” 일갈
“지혜와 의지가 없는 위정자는 국민을 무조건 광장에서 쫓아내려고만 합니다. 그런 우매하고 포악한 위정자를 몰아내자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법대)가 ‘도심 광장에서 소란한 데모 좀 하지 맙시다’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글이 화제다.

한 교수는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바로 가기)에 ‘도심광장에서 소란한 데모 좀 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다섯 가지 질문들에 하나씩 비판했다.

한 교수는 먼저 “서울광장에서 소란을 피우면 선량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빼앗아 가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에 대해 “힘 있는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서류와 명령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조용히 자신의 뜻을 우아하게 관철한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주장을 펼 수 있는 게 도심의 광장”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소란 막기 위해 (광장의) 원천봉쇄가 솔직히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광장을 틀어막으면 한밤중에 대나무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몰래 외치면 된다”며 “민주국가는 국민이 주인인데, 국민을 야밤에 대나무 숲에서 소쩍새처럼 울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광장의 주인은 국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주장을 해도 좀 조용히 하면 안 되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조용히 하면, 무시하니까 시끄럽게 외치게 된다”며 “위정자들이 국민의 낮은 소리를 귀담아들으면, 왜 소리를 지르겠냐”고 했다.

이어지는 글에서 한 교수는 “광장에서 모여 소란을 피우면 사회 혼란을 부채질하게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위정자들이 광장에서 외치는 내용을 잘 듣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면 훨씬 혼란 없이 해결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망원동에서 수재를 입은 수많은 이재민들은 시청 광장에 가서 데모할 수 있다. 그런데 조영래 변호사가 공익 소송으로 천재가 아닌 인재임을 깨끗하게 밝혀내니까, 모두 법을 통해 조용히 해결해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지혜와 의지가 없는 위정자는 국민을 무조건 광장에서 쫓아내려고만 한다”며 “그런 우매하고 포악한 위정자는 몰아내자는 게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민주주의는 조금 소란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에서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좀 소란스러워야 한다. 폭풍도 있고 바람도 있고…’ 이 정도의 지혜가 있으면 반란은 사회의 위기를 경고하는 나팔이자 사회의 각성제로서 괜찮다”며 “문제는 반란 여부가 아니라 위정자의 지혜와 의지 여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그래도 조용하고 깨끗한 광장을 원한다면, 평양의 김일성 광장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