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붕괴로 이미 한국은 경제위기 상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2. 23. 21:33

경제경제일반

“원샷법, 경제활성화-재벌특혜 주장 보수-진보 진영 모두 뻥치고 있다”

등록 :2015-12-22 21:32수정 :2015-12-23 08:32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인터뷰 l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이 법으로 경제 살아날 리 없고
재벌특혜 봇물 터질 리도 없어

정치 시스템 붕괴되면 경제도 위기
한국 이미 위기…대통령·여야가 공범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 을 놓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긴요하다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 ‘재벌 특혜’라는 야당과 진보진영 모두 ‘뻥’(허풍)을 치고 있다.”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이자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원샷법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원샷법은 공급 과잉에 빠진 정상적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규모 합병 허용 △주주총회 소집 공고 기간 단축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식 매수 청구권 약화 등이 쟁점사안이다.

김 소장은 22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원샷법의 독소 조항은 이미 대부분 제거됐다. 애초에 재계가 로비를 시작할 때는 우려할만한 내용이 많았지만, 야당뿐 아니라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과도한 규제 완화 부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어 반영됐고, 11월 국회 공청회 때 경제개혁연대가 제시한 보완책도 대부분 반영됐다”며 진보진영의 ‘재벌 특혜론’을 정면 비판했다.

김 소장은 ‘삼성 특혜론’에 대해 “시가총액 200조원의 삼성전자와 20조원의 삼성에스디에스를 주총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규모 합병’해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실현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샷법은 소규모 합병의 요건을 완화(10%→20%)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반대 주주의 비율은 오히려 강화(20%→10%)했고,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어서 강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소규모 합병 경우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가 존속회사 총 주식의 10% 이하인 경우 주총 대신 이사회 결의로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20%로 완화했지만, 10% 이상의 주주가 반대하면 합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잠재적 부실이 많은 대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급선무인데, 원샷법 하나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야당이 훼방꾼을 자처할 이유도 없다. 야당은 원샷법을 무산시키는 것으로 ‘선명 야당’을 내세우려 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 소장은 원샷법 논란을 2년 전 ‘외국인투자촉진법 논란’에 비유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외국 기업과 합작을 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는 내용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투자·고용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김 소장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원샷법에 대해 ‘경제 활성화’, 야당과 진보진영은 ‘재벌 특혜’라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지만, 이 법 하나로 죽어가는 한국 경제가 살아날 리 없고, 경영권 승계가 봇물 터지듯 진행될 리도 없다. 원샷법도 외촉법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또 급부상하고 있는 ‘경제위기론’과 관련해 “경제 위기의 징후는 경제지표로만 판단할 게 아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 곧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이미 경제 위기 상태이고, 대통령과 정부 여당, 야당은 모두 공범이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