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현 정부 3년간 사회발전에 역행/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 19. 23:14

경제경제일반

“신분이동·견제 균형이 역사 바꿔…현 정부 3년간 사회발전에 역행”

등록 :2016-01-18 20:02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인터뷰 Ι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책 펴낸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인류역사를 보면 자유로운 신분이동, 견제와 균형, 신뢰와 법치가 사회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이런 역사적 교훈과 사회발전 방향에 역행했다.”

강철규(71)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신간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의 출간을 계기로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는 가야할 방향을 잃고 있다”면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발전 개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극화 심화돼 신분이동 닫히고
민주주의 후퇴로 견제·균형 약화
세월호서 보듯 생명존중도 안돼

성장률 높다고 행복해지지 않아
개발연대 사고방식서 벗어나야
경제민주화·남북한 경제통합을

강 전 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것은 과거 개발연대의 패러다임이다. 성장률이 높아도 국민의 행복은 비례해서 증가하지 않는 만큼 진정한 사회발전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기준과 관련해 “인간의 기본가치인 자유, 생명, 신뢰, 재산권이 실현되어야 발전된 사회”라고 제시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사회 구성원의 ‘자유 신장’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개념이다.

강 전 위원장은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물리적 기술과 대비되는 ‘사회적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발전의 원동력은 사람 간의 게임규칙인 제도, 이를 실행에 옮기고 이끄는 조직과 리더십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사회적 기술이다.” 그는 인류 역사를 바꾼 탁월한 4가지 사회적 기술로 ‘신분이동’, ‘교환과 교역의 확대’, ‘견제와 균형’, ‘신뢰와 법치’를 꼽았다. “신분이동은 열린사회를 만들어 사회 구성원의 열정과 잠재력을 자극했고, 교환과 교역은 공동체의 범위를 넓여 인류 사회의 번영을 이끌었다. 또 견제와 균형은 권력 독점을 막고 부정부패를 줄였으며, 신뢰와 법치는 사회를 공정성과 믿음의 토대 위에 올려놓아 사회발전을 이루었다.”

강 전 위원장은 인류 역사의 흥망성쇠를 사회적 기술과 연관지어 재해석했다. “아테네는 자국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만 시민으로 인정하는 폐쇄성을 보이다가 인구 감소와 경제 정체를 초래해 쇠퇴했다. 반면 로마는 점령지의 우수한 사람에게 시민권을 주는 패자동화정책과, 노예라도 신분상승이 가능한 해방노예제를 통해 발전을 이루었다.” 그는 로마의 쇠퇴 원인은 견제와 균형의 상실에서 찾았다. “공화정 시대에는 평민 중에서 호민관을 뽑아 집정관 등 관리를 체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귀족과 평민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뤘으나, 제정시대에는 황제가 독재를 하면서 부패가 만연하고 시민이 무력화됐다.”

강 전 위원장은 영국의 산업혁명도 “귀족과 시민들이 왕권 견제를 위해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면서 사유재산권 보호, 산업활동 증가, 금융의 활성화를 통해 증기기관 발명과 철도건설 등이 이어졌다”며 견제와 균형의 결과로 설명했다. 또 한국이 해방 이후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비결을 농지개혁을 통해 봉건적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자유로운 신분이동이 가능해진 것에서 찾았다.

강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3년은 이런 역사적 교훈과 진정한 사회발전 방향에 역행했다고 비판했다. “금수저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신분이동이 닫혔다. 또 민주주의 후퇴 및 국민의 자유 억압이 우려될 정도로 견제와 균형이 약화되고, 세월호 사태에서 보여지듯 생명존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사회 해법으로 “성장률만 높이면 된다고 믿는 개발연대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중하위 계층의 소득 향상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재벌개혁)와 남북한 경제통합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 전 위원장은 서울 시립대 교수와 우석대 총장을 지낸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김대중 정부 때 부패방지위원장, 노무현 정부 때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

글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