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비정상>을 공동 집필한 김태동(왼쪽)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터뷰 l 김태동 명예교수·이동걸 초빙교수의 한국경제 진단
“한국 경제는 (침몰한) 세월호와 비슷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준석 선장과 비슷하다.”
진보 성향의 중진 경제학자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는 11일 <한겨레>와 만나 “한국 경제가 양극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확대, 부동산 투기 조장, 부자 감세 등 거꾸로 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03·2008·2010년에 이어 네 번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교수는 진보 성향의 동료 학자인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 윤원배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허성관 전 동아대 교수와 함께 최근 <비정상 경제회담>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양극화, 노동, 재벌, 관료개혁 등 8개 주제로 나눠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두 교수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 개혁을 단행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당의 ‘야당 심판론’에 대해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8년째 집권하고서도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스스로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교수는 새누리당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영입과 관련해 “그는 나쁜 경제관료의 상징으로, 김대중 정부 때 재벌 개혁과 대우 해체에 반대했다”면서 “대우 회사채에 대한 보증보험을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지연시켜 최소 10조원의 대우 빚이 나라 빚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경제 저성장·양극화 심각한데
비정규직 확대·투기 조장·부자 감세…
정부는 재분배 힘쓰기는커녕 역행 독일 수준 복지 재원은 마련 가능
OECD 평균 수준으로 세율 올려야 내수·중소기업 살려야 하는데
대통령은 현실 모르는 것 같아
한국 경제 세월호와 비슷 경제민주화 핵심은 재벌 개혁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해야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김태동) 여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공격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겪어보니 오히려 그때가 더 나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에 기여할 일을 찾다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해보자고 생각을 모았다.” -다수의 저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태동 교수가 청와대 경제·정책기획수석, 윤원배 교수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참여정부에서는 이정우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교수가 금감위 부위원장, 허성관 교수가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 미국은 학자들이 정부에 들어가 대통령과 함께 일한다. 의사가 길거리에서도 환자를 고칠 수 있듯이, 한국 경제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고 싶었다.” -양극화는 20대 총선에서도 최대 쟁점인데? “(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소득, 계층,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여러 차원에서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재벌의 비정규직 남용,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일감 몰아주기, 무분별한 중소기업 업종 진출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분배 정책에 힘쓰기는커녕 부동산 투기 조장, 부자 감세 등의 역재분배 정책을 펴고 있다.” -양극화 해소 방법은? “(김) 재벌이 사회 곳곳의 이익을 빨아들이는 ‘빨대 경제’를 시정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동걸)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재벌-중소기업 간 착취 구조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말살한다.” “(김)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경제민주화와 함께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 독일처럼 중간 수준의 복지를 하기 위한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 우리의 국민담세율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23%다. 재산·소득·법인세를 올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33%)으로 높이면 연간 155조원의 추가 세수가 가능하다.” -노동 관련 진단과 처방은? “(김) 한국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고를 쉽게 하고 파견을 늘려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는 정책을 노동개혁이라고 내놓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만달러 소득 달성이 안 된 것을 노동자 탓으로 돌렸는데, 잘못한 것은 정부·여당과 경영자들이다.” “(이) 수출 대기업 의존형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내수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한국 경제는 세월호와 비슷하다. 이준석 선장은 배가 침몰하는데도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박 대통령도 다를 바 없다.” -재벌 관련 진단과 처방은 어떤가? “(이) 재벌 총수는 평균 2% 정도의 지분만 갖고 그룹을 지배하고, 세습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 재벌의 소유-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다. 재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정치권력보다 상위에 있고 법 위에 군림한다. 이스라엘처럼 재벌 개혁을 해야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재벌 관련 비사가 있다면? “(이) 2004년 봄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다. 삼성생명의 변칙회계 문제를 다뤘는데 언론, 관료 심지어 청와대까지 적으로 돌아섰다. 결국 부위원장을 그만뒀다.”(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은 책에서 당시 삼성 쪽에서 청와대의 학자 출신 고위 인사에게 ‘이동걸을 잘라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3선 의원을 역임한 강봉균씨가 새누리당의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된 뒤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과 낙수효과를 강조하는데? “(김) 그는 나쁜 경제관료의 상징이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재벌개혁을 추진할 때 소극적이었다. 대우 처리를 놓고도 갈등이 컸다. 대우가 투신사를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해 부실을 키우는 것을 막으려 했더니 반대하더라. 내가 당시 “청와대에 친재벌 세력이 있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왜 개혁에 실패했는지 분명해진 셈이다. 강봉균의 새누리당 행은 ‘커밍아웃’이다.” “(이) 1997년 말 임창렬 부총리가 보증보험을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자금난을 겪던 대우는 월 1조원씩 보증보험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했고, 은행은 보증을 믿고 이를 인수했다. 1998년 김태동 정책수석이 이를 막아야 하다고 주장했는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강봉균 경제수석이 반대했다.” -총선을 맞아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 심판론을, 여당은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은 야당 심판론을 각각 제기하는데. “(김) 야당의 잘못은 여당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라,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만들고, ‘헬조선’을 완성했다.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비정규직 확대·투기 조장·부자 감세…
정부는 재분배 힘쓰기는커녕 역행 독일 수준 복지 재원은 마련 가능
OECD 평균 수준으로 세율 올려야 내수·중소기업 살려야 하는데
대통령은 현실 모르는 것 같아
한국 경제 세월호와 비슷 경제민주화 핵심은 재벌 개혁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해야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김태동) 여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공격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겪어보니 오히려 그때가 더 나았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에 기여할 일을 찾다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해보자고 생각을 모았다.” -다수의 저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태동 교수가 청와대 경제·정책기획수석, 윤원배 교수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참여정부에서는 이정우 교수가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교수가 금감위 부위원장, 허성관 교수가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 미국은 학자들이 정부에 들어가 대통령과 함께 일한다. 의사가 길거리에서도 환자를 고칠 수 있듯이, 한국 경제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고 싶었다.” -양극화는 20대 총선에서도 최대 쟁점인데? “(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소득, 계층,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여러 차원에서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그 이유는 재벌의 비정규직 남용, 납품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일감 몰아주기, 무분별한 중소기업 업종 진출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분배 정책에 힘쓰기는커녕 부동산 투기 조장, 부자 감세 등의 역재분배 정책을 펴고 있다.” -양극화 해소 방법은? “(김) 재벌이 사회 곳곳의 이익을 빨아들이는 ‘빨대 경제’를 시정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동걸)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재벌-중소기업 간 착취 구조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말살한다.” “(김)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경제민주화와 함께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 독일처럼 중간 수준의 복지를 하기 위한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 우리의 국민담세율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23%다. 재산·소득·법인세를 올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33%)으로 높이면 연간 155조원의 추가 세수가 가능하다.” -노동 관련 진단과 처방은? “(김) 한국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고를 쉽게 하고 파견을 늘려 비정규직을 더 양산하는 정책을 노동개혁이라고 내놓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만달러 소득 달성이 안 된 것을 노동자 탓으로 돌렸는데, 잘못한 것은 정부·여당과 경영자들이다.” “(이) 수출 대기업 의존형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내수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 한국 경제는 세월호와 비슷하다. 이준석 선장은 배가 침몰하는데도 학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박 대통령도 다를 바 없다.” -재벌 관련 진단과 처방은 어떤가? “(이) 재벌 총수는 평균 2% 정도의 지분만 갖고 그룹을 지배하고, 세습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 재벌의 소유-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다. 재벌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정치권력보다 상위에 있고 법 위에 군림한다. 이스라엘처럼 재벌 개혁을 해야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재벌 관련 비사가 있다면? “(이) 2004년 봄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다. 삼성생명의 변칙회계 문제를 다뤘는데 언론, 관료 심지어 청와대까지 적으로 돌아섰다. 결국 부위원장을 그만뒀다.”(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은 책에서 당시 삼성 쪽에서 청와대의 학자 출신 고위 인사에게 ‘이동걸을 잘라야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3선 의원을 역임한 강봉균씨가 새누리당의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된 뒤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과 낙수효과를 강조하는데? “(김) 그는 나쁜 경제관료의 상징이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재벌개혁을 추진할 때 소극적이었다. 대우 처리를 놓고도 갈등이 컸다. 대우가 투신사를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해 부실을 키우는 것을 막으려 했더니 반대하더라. 내가 당시 “청와대에 친재벌 세력이 있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왜 개혁에 실패했는지 분명해진 셈이다. 강봉균의 새누리당 행은 ‘커밍아웃’이다.” “(이) 1997년 말 임창렬 부총리가 보증보험을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시켰다. 자금난을 겪던 대우는 월 1조원씩 보증보험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했고, 은행은 보증을 믿고 이를 인수했다. 1998년 김태동 정책수석이 이를 막아야 하다고 주장했는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강봉균 경제수석이 반대했다.” -총선을 맞아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 심판론을, 여당은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은 야당 심판론을 각각 제기하는데. “(김) 야당의 잘못은 여당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라,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붕괴 직전으로 만들고, ‘헬조선’을 완성했다.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