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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관계 쌍방향식 돼야/ 이혜훈/ 한겨레신문 인터뷰

이윤진이카루스 2016. 4. 25. 16:42

정치국회·정당

“의원은 당원보다 국민대표…당·청관계 쌍방향식 돼야”

등록 :2016-04-24 19:03

 

이혜훈 당선자
이혜훈 당선자
[20대 국회 이끌 사람들] 이혜훈 당선자 인터뷰

탈박 낙인찍혔다 천신만고 끝에 3선
“전당대회 출마할 생각 지금은 없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 빨리 처리해야
재벌총수 사면 금지할 법개정 추진”
4년 전 19대 총선. 서울 서초갑에서 경선 기회조차 빼앗긴 채 공천에서 배제된 어느날 밤 그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며칠 뒤 그는 빨간 새누리당 점퍼를 입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으로 선거 한복판에 섰다. 당은 이겼지만 그는 몰래 울음을 삼켜야 했다. ‘원조 친박’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경제 역주행을 경고하며 ‘탈박’으로 낙인찍힌 그는 천신만고 끝에 4·13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이혜훈(52) 당선자는 24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당원으로서의 역할에 앞서 국민의 대표로서 역할해야 한다”며 “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쌍방향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온 그는 “재벌 총수의 정치적 사면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치열한 당내 후보 경선을 거쳐 당선됐는데.

“4년을 원외에 있으면서 민생을 듣는 귀를 갖게 됐다. 올라갈 때 못본 꽃을 내려갈 때 봤다. 한사람 한사람을 지금 안 만나면 못 만난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얻으려 최선을 다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자리를 얻으려 했던 이들에게 국민이 비판적이었던 것 같다.”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 등지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 싸늘했다.

“당과 권력자가 강남에 전략공천을 일삼으면서 전혀 지역과 상관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내려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들은 어차피 4년 뒤엔 또 전략공천이 이뤄질 게 뻔하기 때문에 지역을 돌보지 않는다. 마트와 지하철역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새누리당 깃발만 달면 된다는 생각을 이번엔 끝내주겠다’고 별렀다. 공천 과정도 엉망이었다. 늘 여당을 지지했던 새마을부녀회 대표들도 ‘지역구 후보는 새누리당 찍겠지만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 찍겠다’고 하더라.”

-경제 실정이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초저금리로 돈을 풀고 부동산을 띄우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없었던 반면 부작용은 뚜렷했다. 중산층·서민의 전세와 월세가 폭등하고 가계 부채가 쌓였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생활비에서 가장 큰 몫인 주거비는 폭등하니 서민들은 한달에 한번 가족과 외식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공천 파동은 이런 분노에 기폭제 구실을 한 정도다.”

-당청 관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그동안 청와대는 지시하고 당은 그저 따랐다. 국민, 당원의 목소리는 청와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젠 쌍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부에선 ‘여당은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 국회의원은 당원으로서 역할보다 먼저 국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 의원은 당원으로서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국민의 대표는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것이 제1의 역할이다.”

-친박계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친박계 좌장이란 분들도 ‘자숙하자’고 말하지 않나. 얼마나 사태가 심각한지 보여주는 것 아닌가. (전당대회에서) 미래 집권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면 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은?

“정치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는?

“유 의원이 당의 이념과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의 발언과 소신에서 당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부분이 어디 있는가. 복당 문제는 가리지 않고 빨리 처리해야 한다. 누구를 특정해서 찍어내다보니 총선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경제 전문가로서 경제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경제민주화는 시대적 과제다.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 경제적인 힘이 없는 사람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제한돼 있는 반면, 경제적인 힘을 지닌 사람들은 횡포와 전횡을 일삼으며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걸 바로잡는 게 경제민주화의 요체다. 국회에 들어가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로 형이 집행중인 재벌 총수를 정치적으로 사면해 석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내겠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