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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대주주 책임부터 물어야 / 한겨레신문 사설

이윤진이카루스 2016. 4. 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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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조조정, 대주주 책임부터 물어야

등록 :2016-04-25 19:03수정 :2016-04-25 21:31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우려했던 일들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다. 기업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대주주와 경영진이 부실 경영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먹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진해운은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도 함께 제출했지만, 관심을 모았던 조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의 사재 출연은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협약이 받아들여지면 부채 상환이 유예되고 추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 회장과 최 전 회장의 태도는 책임지는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최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최 전 회장은 두 딸과 함께 지난 6~20일 한진해운 지분 전량(37만569주, 약 27억원 상당)을 매각했다.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최 전 회장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려고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 전 회장 쪽은 한진그룹과 친족 분리를 신청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해운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보고한 것에 맞춰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에 따르면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완료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 전 회장은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이다. 조수호 전 회장이 2006년 갑자기 사망하자 아무런 경영수업도 받지 못한 최 전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최 전 회장의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한진해운은 경영난에 빠졌고, 최 전 회장은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최 전 회장은 또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거액의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이 약 1조8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13~2014년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모두 97억원을 받았다.

대주주들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구조조정의 1순위는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 부실을 초래한 대주주 및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감원설이 나오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도 기자회견을 열어 “부실 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제하는 구조조정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정몽준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고 비상경영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여러 이해집단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국민 부담과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엄청나다. 이런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대주주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채권단도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에 엄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