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질량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휘돌며 가까워지다가 병합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의 시뮬레이션 영상. 라이고 과학협력단 제공
14억 광년 거리를 날아온 중력파가 지상 관측소에서 사상 두 번째로 검출됐다.
중력파를 관측하는 라이고(LIGO) 과학협력단과 비르고(Virgo) 연구단은 15일 미국 리빙스턴과 핸퍼드에 있는 쌍둥이 라이고 관측소 2곳에서 지난해 12월26일 새벽 3시38분 53초(국제표준시)에 관측된 파동 신호가 14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GW151226)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오류 가능성은 ‘300만분의 1 확률’ 정도로, 분석의 신뢰수준은 매우 높다. 이번 검출은 지난해 9월14일 중력파의 첫 관측에 이은 두 번째로, 중력파 검출장치의 안정성을 보여준다.
중력파는 거대 중력의 격동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또는 물결로서, 그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됐으나 지난해 첫 중력파 검출로 한 세기 만에야 확인됐다. 중력파가 지나갈 때엔 시공간도 미세하게 변한다. 중력파가 지상의 4㎞ 길이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정밀 측정하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중력파도 두 블랙홀의 병합 사건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첫 중력파는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질량의 36배, 29배인 두 블랙홀이 빠르게 충돌, 병합할 때 생겨난 0.25초 신호였는데, 이번 중력파는 태양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병합해 태양 21배의 블랙홀이 되는 순간에 생성된 1초간의 신호로 포착됐다. 라이고 협력단 쪽은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블랙홀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협력단은 올가을께 현재 검출장치의 감도를 더 높여 1.5~2배 넓은 우주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중성자별 병합이나 초신성 같은 다른 우주 사건도 관측될 것으로 기대했다. 라이고 협력단엔 한국 연구자 20여명(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참여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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